경제·금융

쌍십절의 감회

지난 10월 10일 쌍십절날 호텔신라 다이나스티홀에서 중화민국 건국 92주년 기념 경축연이 있었다. 즐비한 축하화환과 많은 경축인사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은 대한민국과 중화민국과의 오랜 우정을 말해 주는 듯 싶었다. 지난 92년 중국과의 수교로 인해 단교상태에 들어간 한국과 타이완과의 관계는 애증이 교차하는 세월 속에 점차 회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필자가 전경련상근부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대만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단교이후에도 경제관계는 꾸준히 유지되었으나 옛날 같지는 않았다. 한·타이완 간에 24년동안이나 매년 지속해 온 「민간경제협력위원회」회의가 중단된 상태였고, 서로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던 경제인들의 만남도 뜸해져 있었다. 양국의 민간경제협력위원회의 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의 전경련과 타이완의 공상협진회(工商協進會) 측의 왕래도 끊어져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먼저 편지로 양국민간경협위의 복원을 조심스럽게 여러차례 타진했으나 타이완측의 반응은 냉랭하였다. 한국의 기업들도 역시 중국본토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때라 협력위원회에 대한 한국측 기업들의 참여열기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99년 타이완의 지진사고가 생기자 김입삼고문을 모시고 위문차 현지를 방문하여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단교시 서툴렀던 우리측의 대응에 대해 사과도 하고 양국의 전통적 우애관계를 되살려 기업인들만이라도 옛날처럼 사이좋게 왕래하면서 비즈니스를 하자고 설득하였다. 그 이듬해 천수이벤(陣水扁) 총통 위임식 때 김각중회장님을 모시고 가서 타이완공상련 회장인 제프리쿠(辜滽松) 회장을 만나 양국민간경제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단교 8년만에 서울에서 양국경제인들이 만나 옛정을 되살리게 되어 감개가 무량하였다. 그러나 단교시 타이완이 취했던 항공기취항 금지조치를 푸는 문제는 해결이 안된 채 지지부진 상태다. 타이완측은 자기들의 깎인 체면만 세워준다면 언제든지 풀겠다는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당국자들과 타이완측과 가까운 분들께 여러차례 부탁도 하고 노력도 해봤으나 허사였다. 우리정부가 중국관계를 고려해서 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 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기 복항이 가져올 양국간의 이익을 서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단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해묵은 과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금년 쌍십절도 이렇게 미결상태로 넘어 가나 싶으니 축하의 마음 뒤에 우리 외교력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손병두(전경련 상임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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