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금손실 단위형신탁 속출할듯

내달 대거만기…주가 폭락에 손실펀드 많아은행 신탁상품에 돈을 맡긴 고객이 이자(배당)는 고사하고 원금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례가 다음달부터 속출할 전망이다. 주가폭락으로 다음달부터 만기도래하는 은행 단위형신탁상품 가운데 절반 이상의 펀드가 이미 원본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러한 손실펀드가 만기도래할 경우 은행창구는 고객들의 항의로 영업이 어려울 정도의 험악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믿고 맡긴(信託)」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게 된 은행들은 이미지 실추와 고객이탈 등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7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이 논의됐다. 은행들은 「기한연장」 또는 「새 펀드로의 이체」 등을 당국에 건의할 움직임이지만 고객들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식형」펀드 대부분 손실=단위형신탁은 지난해 4월12일 전 은행이 일제히 발매했다. 1년만기가 대부분이어서 이달부터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이미 4조4,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4월 만기도래분은 그나마 수익률이 좋은 편. 만기도래 전에 대부분 은행들이 지난 2~3월께 또는 그 이전에 펀드에서 운용하던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직 주식을 팔지 못한 펀드들이 다음달부터 대거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주가지수 750선이 깨진 후 상당수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주식을 편입시키지 않은 「안정형」은 괜찮다. 주식운용비율이 10%에 불과한 「안정성장형」도 손실펀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식비율이 30%에 달하는 「성장형(주식형)」은 미리 주식을 팔아놓고 기다렸던 일부 펀드를 제외하고 대부분 손실이 나 있다. 한 시중은행은 성장형1호~10호까지 10개 펀드 가운데 8개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률이 12%가 넘는 펀드도 있다. 그중 손실이 덜 난 펀드의 손실률이 5%대. 1억원을 맡긴 고객이라면 찾을 때 1년간의 배당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까먹어 잘해야 9,5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분쟁·항의 쇄도할 듯=은행들 대부분이 마찬가지 상황. 만기가 눈 앞에 다가온 99년 5~7월 발매한 단위형신탁펀드는 은행 전체로 50여개에 달하며 금액이 4조5,000억~5조원에 이른다. 이중 「성장형」이 60% 안팎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2조5,000억~3조원 가량의 성장형 펀드 중 다수가 앞으로 3개월 내에 손실이 난 상태로 만기 인출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손실펀드에 가입한 고객은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단위형신탁은 운용수익 그대로 원금에 합산해 돌려주는 「실적배당형」이어서 손실이 나도 고객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고객이 이를 이해해 줄 리 없다. 이달에 만기도래한 펀드 중 손실은 피했지만 1%의 배당을 만기에 지급한 C은행은 고객들의 항의로 홍역을 치렀다. 만약 손실난 펀드를 그대로 돌려준다면 항의와 비난으로 해당 은행은 영업을 못할 지경이 될 게 뻔하다. ◇은행권 대책마련 부심=은행들은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 27일 은행장들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다들 한숨을 내쉬었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은행들은 고심 끝에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당국에 건의해볼 예정이다. 고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편법으로라도 만기연장을 해보자는 것이다. 아니면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손실펀드의 재산을 넘기고 주가상승으로 원본이 회복되면 중도에 해지해 찾아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궁여지책일 뿐이며 만약 주가가 올라가지 않으면 헛수고에 불과하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4/28 17:08

관련기사



성화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