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온건론자로 꼽히는 벤 버난케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이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주식시장이 '버난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그의 과거 금리관련 언급과 행태를 볼 때 금리인상이 공격적 속도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반대로 채권시장에는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24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가 각각 1.66%, 1.68% 상승하며 6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한 반면, 국채가격은 물가 상승폭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속에 일제히 하락(수익률 상승)했다.
아울러 그간 금리인상 전망속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 가치도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달러 환율이 장중 1.20달러를 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25일 한국 증시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전장 종합주가지수가 나흘째상승하며 1,200선을 넘었고 일본 도쿄(東京)증시의 니케이225 지수도 1%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도 버난케의 FRB의장 지명이 미국 금리의 점진적 인상,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한 달러화 강세의 둔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버난케는 지난 2002년 FRB이사로 재직 당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해 보다 공격적 금리 인하 필요성을 지지한 바 있는 등 물가보다는 성장을 더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그의 지명은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이지만 채권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버난케는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가까운 장래에 긴축이 강화될 위험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도 "버난케 의장은 신경제효과(정보기술경제의 확산 등으로 유가 등 물가요인에 대해 경제의 내성이 높아지는 효과)로 물가 상승에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며 "그의 등장은 공격적 금리인상 우려를 다소 완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부장은 또 "그는 부시 행정부와도 친화적인 인물"이라며 "미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내수부양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도 "금리 인상 압박이 줄었다는 측면에서 세계시장이 전반적 상승세를 보이는 등 평가가 나쁘지 않다"며 "특히 신흥 증시는 미국금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만큼 더욱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반면, 버난케의 지명을 곧바로 금리 인상 강도 약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박석현 수석연구원은 "버난케 의장의 과거 FRB 이사 시절의 성향과 백악관 경력 때문에 이런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장 지명 직후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맨 먼저 강조했다는 점에서 정책금리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기금의 선물금리가 12월물부터 내년 4월물까지 모두 상승, 시장 기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 점을 들며 "결국 금리정책 방향은 핵심 물가의 향후 변화 추이와 미국 소비 사이클, 그리고 경상수지 추이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