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선진국은 농업국가다] <1> 농식품 거버넌스 바꾸자

단감-농식품부·곶감-산림청… 복잡한 관리체계 일원화를<br>같은 요구르트·아이스크림도 함량·버전 따라 감독부처 달라<br>해양수산부 부활하면 더 복잡<br>선진국은 관리통합 추세인데 정부 밥그릇 싸움에 기업 부담

경기도 화성의 한 김치 공장 직원들이 무를 다듬고 있다. 대표 수출품인 김치를 포함해 농식품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는 관리체계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DB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마다 걸림돌은 농업이다. 한미 때도 그랬고 한ㆍ유럽연합(EU) 때도 농업은 FTA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 농업은 지원과 돌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농업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세력의 '떼법'을 넘어서 농식품업을 산업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돼 있는 지배구조ㆍ유통구조의 모순, 농업문화 개편 등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은 모은다.


국민 아이스크림인 '누가바'와 '비비빅'은 소관 부처가 다르다. 우유 함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가바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비비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맡는다. 우유가 많이 들어간 것은 농식품부에서 하고 비비빅은 가공 과정이 더 많다고 봐 식약청으로 들어간다. 정부 관계자는 "같은 라인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관리부처가 다른 경우가 생긴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시설기준과 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농식품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쪼개져 있는 식품관리 업무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런 흐름과 닿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정부의 영역 다툼 때문에 기업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쪼개져 있는 농식품 관리권=아이스크림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농산물ㆍ일반 식품ㆍ수산물 등 모든 먹거리에 걸쳐 관리감독 권한이 나뉘어 있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특정 물질의 함량에 따라 부처가 바뀐다.

가을에 많이 먹는 감만 해도 단감은 농산물로 구분돼 농식품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떫은감과 곶감은 임산물로 분류돼 산림청이 맡는다. 단감은 키우는 것이지만 떫은감은 자연 상태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버섯도 팽이ㆍ새송이ㆍ느타리 버섯은 농산물로 돼 있지만 표고와 송이버섯은 임산물로 돼 있다. 같은 버섯인데도 담당이 각각 농식품부와 산림청으로 구분된다. 버섯의 특성에 따라 나눈 것이라고 하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특히 농식품부와 식약청 간 업무 중복은 식품업계의 오래된 주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식품관리를 하나의 부처에서 담당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농산물에 대해서는 농식품부가 잘 알지만 식품안전에 관한 한 식약청이 전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다소 기형적인 식품관리 체계가 계속되고 있다.

관련기사



요구르트만 봐도 이 같은 점을 잘 알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요구르트 '쿠퍼스'는 버전에 따라 담당이 달라진다. 일반 제품(무지유고형분 3% 이상)은 농식품부에서 하지만 헛개나무 열매를 첨가한 기능식품인 '쿠퍼스(무지유고형분 3% 미만)'는 식약청에서 관리한다. 소시지도 육류가 70% 이상인 것은 농식품부, 69%인 것은 식약청에서 한다.

수산물도 생산ㆍ수출입단계의 검역ㆍ검사는 농식품부, 가공ㆍ유통ㆍ판매 단계의 검사업무는 식약청에서 한다. 상추도 밭에 있으면 농식품부, 마트에 있으면 식약청 소관이다.

◇식품관리 통합이 추세=주요 선진국은 식품안전관리 기능을 하나의 부처로 통합하는 추세다. 독일은 소비자보호식품농업부에서 기준설정 및 검역ㆍ검사 같은 모든 식품안전 관련 정책을 총괄 수행한다. 네덜란드는 경제농업혁신부에서 검역ㆍ검사를 포함한 모든 식품정책을 맡는다. 식품소비재안전청도 2004년 보건복지부처에서 넘어왔다. 덴마크도 식품농수산부 아래의 수의식품청에서 모든 정책을 통합관리한다.

캐나다와 호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역과 검역ㆍ검사 기능은 농업이나 식품부처에서 통합관리하고 안전기준 설정만 보건부에서 한다.

우리같이 부처별로 다원화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도 국회에서 식품안전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도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안전검사 기능만 최소한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처럼 식품관리 부처가 나뉘어 있으면 농식품부 안전기준인 해썹(HACCP)과 식약청 해썹 기준을 별도로 충족시켜야 하는 중복규제 문제가 생긴다"며 "책임공방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기업 불편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부활은 문제 더 복잡하게=이런 상황에서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농식품 분야의 관리 일원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기준으로만 따져도 크게 농식품부와 식약청으로 구분된 상태에서 해수부까지 담당 부처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수산 분야는 농식품부 체제에 있는 게 발전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도 많다. 농축산업과 수산업은 정책이 비슷한데다 식품 기준으로 하면 하나로 통합돼 있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도입이 예정된 수산직불제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수산 분야는 해수부 시절 2008년 1조4,139억원이던 예산이 2013년에는 1조7,125억원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