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서 투자자 속이면 '쪽박'찬다

총재산 4억弗 엔론 창업주 이젠 65만弗도 없어…"죽을 때 까지 추적한다"

미국에서 투자자들을 속이는 회계부정을 할 경우 기업 총수는 `쪽박'을 차게 된다는 사실이 또 한차례 입증됐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한때 총재산이 4억 달러(한화 약 3천880억원)에달하며 텍사스 휴스턴 정ㆍ재계의 최고 엘리트로 이름을 날리던 켄 레이 전 엔론사 창업주가 이제 재정적 몰락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개인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레이 전 회장은 이미 휴스턴 시내의 백만장자 대열에서 떨어져 나갔을 뿐아니라 순자산이 65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회사가 붕괴된 2001년초 레이 전 회장은 총 3억3천900만 달러에 달하는 각종 증권과 6천8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은퇴연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 갖고 있는 증권은 1천500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은퇴연금의 가치도 350만 달러로 감소했다. 또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자산 420만 달러 등을 포함, 현재의 총자산은 1천60만 달러에 달하지만 단기부채 900만 달러와 장기부채 93달러 등을 제외하면 순자산이 65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에너지 기업 엔론을 움직이던 레이 전 회장의 이 같은 자산은 그러나 매우 낙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며 실제로는 훨씬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선 그가 자산의 일부로 적시한 190만 달러의 신탁자금은 변호사 비용으로 모두 잠식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엔론의 회계부정과 관련, 주주 등으로부터의 각종 소송에 걸려 있어 추가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아파트 등 남은 자산이 몰수될 수도 있다는 것. 레이 전 회장이 이처럼 쪽박을 차게 된 것은 회계부정 사태로 회사가 망하면서주식이 휴지조각이 되고, 각종 재산이 담보에 묶여 있는데다 소송비용도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엔론 사태가 벌어진 후 레이 전회장은 엔론 보험수입금 2천만 달러 등 총 2천500만 달러를 각종 민.형사 소송의 변호를 위해 사용했으며, 앞으로도 500만 달러 정도는 더 변호비용을 써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레이 전 회장의 사례는 기업 총수들이 회사가 물의를 빚으면 무너지기 전에 제주머니는 모두 채운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여러 총수들은 민ㆍ형사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산상태에 빠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전직 검사인 스티븐 미그허는 "이 사람들이 더이상 부자가 아니라는 점을 즐거워하는데 대해 죄의식을 느껴서는 안된다"면서 "엔론 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날리고 가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원고측 변호인인 윌리엄 레러크는 "엔론과 같은 규모와 범위의 사기사건에 관여됐다면 죽을 때 까지 결코 도망갈 수 없다"면서 "그(레이 전회장)에게 출구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분식회계로 수만명의 투자자를 울린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의 버나드 에버스 전 회장도 지난해 9월 피해자들과의 분쟁해결을 위해 4천500만 달러의 현금과 자산을 내놓기로 했다. 억만장자였던 그에게 남겨진 것은 5만달러의 현금과 잭슨의 수십만 달러 짜리집한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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