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 법원ㆍ검찰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공적 기관이다. 국회는 국민생활과 관련한 법률을 만들고 정부는 그 법을 바탕으로 각종 정책을 시행ㆍ추진한다. 법원과 검찰은 시시비비를 가려 사회기강을 바로 잡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의 신뢰도는 바닥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점 만점에 경찰은 4.5점, 법원과 검찰은 각각 4.3점과 4.2점으로 중간 값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한 평점은 더욱 낮아 3.3점과 3.0점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70%는 ‘공직자 2명 가운데 1명은 부패했다’고 답했으며 ‘공직자들이 법을 지킨다’고 보는 국민은 5%에 불과했다. 공적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국민불신은 국회와 정부, 사정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사회자본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행인 것은 민간 기관들에 대한 국민신뢰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기관과 시민단체에 대한 평점은 5.4점으로 비교적 높았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4.7점으로 중간 값에는 미달했지만 1990년 후반까지 계속 떨어지다 그 후부터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기관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신뢰회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정보공개 등 경영제도를 투명하게 했다. 오너경영 체제도 과감히 뜯어고쳤다.
정부와 국회, 법원ㆍ검찰 등 공적 기관들도 기업처럼 과감히 변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회와 정치권, 법원과 검찰도 권위의식을 버리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국민에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애매모호한 법령과 제도를 과감히 철폐해야 하고 공적기관의 문턱도 과감히 낮춰야 한다.
공적기관이 국민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사회기강과 질서는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사회기강이 무너질 경우 사회통합은 물론 경제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제도ㆍ법규 의식수준을 포함하는 사회자본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