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아전인수

이성기 기자 <정치부>

22일 한나라당 국회 대표최고위원실.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정부가 한나라당 안을 받아들여 1% 보유세 인상을 철회한 것은 다행”이라는 것. 전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오는 2017년 0.6%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내용을 염두에 둔 말이다. 박 대표의 발언은 타당해 보인다. 정부가 ‘일보후퇴’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화자찬’을 위한 ‘아전인수’일 뿐이다. 더구나 전여옥 대변인이 한 부총리와 일부 언론에 반성을 요구한 것은 한참이나 ‘오버’다. 사정은 이렇다. 정부 발표대로 현재 0.15%인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2009년까지 1%로 올려 적용하는 것은 전체 가구의 1.6%인 종부세 대상자에게만 해당된다. 즉 공시 가격 6억원 초과 주택(시가 약 8억원) 소유자들을 겨냥한 대책이다. 종부세 대상자가 아닌 사람의 2017년 기준 보유세 실효세율은 0.3~0.5%에 불과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도 0.6%가 된다. 한 부총리의 발언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가 애초 5ㆍ4대책 발표과정에서 종부세와 재산세 대상자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이겠다”고 해 논란을 자초한 면은 있다. 8ㆍ31대책 때 전체 실효세율을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제1야당의 대표가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도 않고 ‘세금 폭탄’ ‘세금과의 전쟁’ 운운하는 것을 보면 민망하다. ‘시가 2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는 보유세로 260만원을 내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 국감을 맞아 상황실도 열고 자체 모니터단도 운영하는 등 의욕에 넘쳐 있다. 국정을 감시해야 할 야당으로서 바람직하고 당연한 자세다. 하지만 이런 겉치레보다는 정확한 사실파악이 우선이다. 얄팍한 계산으로 한나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을 위한 경제적ㆍ생산적 국감이 가능할까. 국민은‘거두절미’와 ‘아전인수’가 결합된 눈속임에 넘어갈 만큼 바보가 아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