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장인정신

홍창선(국회의원 당선자, 열린우리당)

한국고속철도(KTX)가 지난 4월1일 개통된 이래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소식이 들리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KTX는 12년간 13조4,000억원을 투입한 단군 이래 최대의 공사이다. 그동안 달성한 탁월한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우려의 대상이 된 근본적 이유를 필자는 ‘장인정신’의 부재에서 찾고 싶다. 장인정신이란 자신이 하는 일을 예술과 도의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정신,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과 긍지를 가지며 자신의 명예를 거는 정신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중히 여겨온 덕목이다. 오늘날에는 프로근성 또는 직업윤리 등이 이에 상응하는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장마철마다 되풀이되는 수해, 최근의 대구지하철 참사 등은 모두 기술이 부족해서 생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실시공과 책임의식 결여 등 직업윤리에 반한 행동들의 결과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86년 1월의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역시 엔지니어들의 발사 연기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일에 맞춰 강행함으로써 생긴 참사였다. 이에 대해 미국의 척 스윈돌 목사는 미국사회의 ‘정직성의 위기(Integrity Crisis)’라고 꼬집은 바 있는데 이 역시 장인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술발전 못지않게 기술자들의 장인정신, 인테그리티(integrity), 그리고 직업윤리 함양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유명한 ‘다이애나여신상’을 조각한 피디아스라는 그리스 조각가가 있었다. 이 여신상은 지상 30㎙ 높이에 세워질 것이었는데 피디아스는 여신상의 뒤통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한 제자가 아무도 보지 못할 부분에 공과 시간을 들이는 이유를 묻자 피디아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가 보지 않는가!” 그가 자신에 대해, 역사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게 재능을 주신 신에 대해 진실하고자 했던 인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장인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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