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접수했으면 백승

제9보(201~250)


하변에서 우변까지 이어져 있는 흑대마는 안형이 풍부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아직 미생이다. 더욱 희한한 것은 하변만으로는 두 눈을 낼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흑이 11의 자리에 따내면 10의 자리에 백이 두고 흑이 그냥 29의 자리에 막으면 백이 14의 자리에 젖혀서 여전히 미생인 것이다. 그러므로 흑으로서는 중앙 방면에서 한 집을 내야 하는 형편인데 그게 의외로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흑1로 두어 안형을 마련해볼 수밖에 없다. 잔뜩 겁을 주어놓고 비로소 조훈현은 2로 따낸다. 왕레이는 좌하귀를 살려줄 생각으로 3에 젖혔다. 흑대마의 삶을 확실히 하면서 우변 백을 은근히 노린 것. 조훈현은 노타임으로 4에 젖히고 본다. 여기서 왕레이는 딜레마에 빠졌다. 즉시 16의 자리에 끊어 패를 하자니 실효가 의문이다. 고민하다가 슬며시 5(2의 아래)로 패를 따내고 본다. 어지러운 싸움이다. 쌍방의 거대한 말들이 미생인 채 뒤얽혀 있다. 흑21, 23은 왕레이 회심의 반격. 쌍방이 다급해졌다. 백38에 손을 빼고 39로 따낸 것은 흑이 백보다 더 다급한 신세임을 절감한 것. 여기서 조훈현의 실수가 나왔다. 백46이 과욕이었다. 그냥 47의 자리에 끊어서 흑 18점을 접수했으면 백승이었던 것이다. 침울해 있던 중국측 응원석이 흑47을 보자 환호성을 올렸다. 그것으로 흑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패배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났다는 안도의 환호성이었다. (5, 37…2의 아래. 28, 35…24. 33…25. 34, 50…2. 42, 48…39의 위. 45…39.)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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