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존관리인유지제도의 개선방향


최근 한 유명 건설업체의 회생신청과 관련해 부실기업경영자의 모럴해저드 현상이 사회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회생절차상 기존관리인유지(DIP)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존관리인유지제도는 미국의 파산법상 회사갱생절차에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이 유지되는 제도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참조해 현행 법령에서 달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생절차로 진입한 회사는 정상기업과는 다르다. 기존 주주는 회사의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는 채권자가 청산가치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이해관계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회생절차에서도 정상기업과 동일하게 기존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현행규정상의 형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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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행규정에도 예외적인 경우에 제3의 관리인이 선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주객전도'다. 일단 회생절차단계에 오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은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단계에서 채권자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채권자들에게 관리인추천권을 부여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선임 이후의 관리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 역시 시급하다. 기존의 경영인이 관리인이 되는 경우에는 기업정상화를 통한 채무의 변제보다는 자신의 경영권유지에 비중을 더 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채권자협의회에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 또는 사업계획 및 경영상황에 대한 보고요청권을 통한 관리인 견제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채권자위원회를 설치해 이들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관리인의 자격요건을 명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행 기존관리인유지제도는 기존의 경영진에게 회생신청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계기업의 조속한 회생절차로의 진입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회사의 갱생도모를 위해 회사의 사정에 밝은 기존의 경영진에 의한 회사운영의 장점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악용하는 폐해는 방지돼야 한다. 채권자들이 관리인 등의 역할을 견제하도록 유도하고 법원은 사법적인 사후감독자의 지위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생절차에서 채권자 자치권이 좀 더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채권자위원회가 관리인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그 위에 법원이 최종적으로 적정성을 담보하는 합리적인 지배구조의 보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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