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은 이날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남자 1,000m를 1분10초04의 기록으로 마쳤다. 한 발 한 발에 이를 악물고 투혼의 레이스를 펼쳤지만 개인 최고기록인 1분07초07에 많이 모자랐다. 초반 200m는 16초25의 좋은 기록으로 끊었다. 그러나 거리가 늘어날수록 발이 무거워졌다.
이날 경기는 이번 대회에서 이규혁의 마지막 출전이었다. 앞서 11일 끝난 500ｍ에서는 1·2차 레이스 합계 70초65로 18위에 그쳤다. 이규혁은 이날 경기 뒤 기록을 확인하기보다 뜨거운 응원을 보낸 관중석에 손을 먼저 흔들었다.
고대했던 올림픽 메달은 이번에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에 더 이상 도전하지 않기로 했던 이규혁은 '노메달'로 돌아오게 됐다. 하지만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이규혁이 보여준 불굴의 도전정신은 동료들과 국민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 남자 500ｍ에서 금메달을 딴 미헐 뮐더르(네덜란드)도 이규혁을 자신의 영웅으로 꼽을 정도다.
이규혁의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여섯번째. 동·하계올림픽을 통틀어 여섯 차례나 올림픽에 나선 선수는 한국에서 이규혁이 유일하다. 이규혁은 1991년 열세 살의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까지 24년의 국가대표 생활이 곧 한국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다.
그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네 차례,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통산 1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1997년에는 1,000ｍ(1분10초42), 2001년에는 1,500ｍ(1분45초20)에서 각각 세계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와 이번 대회까지 여섯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일반 대회에서는 어렵지 않게 목에 걸던 메달이 올림픽에만 나가면 멀찍이 달아났다. 이규혁이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1,000m에서 기록한 4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