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마르칸트 밤하늘의 오색불꽃/한명희 국립국악원장(로터리)

그날 밤 우즈베크공화국 사마르칸트의 밤하늘은 유난히도 황홀했다. 3백명에 가까운 각기 다른 피부의 음악가들이 손에 손잡고 무대를 선회하는 것도 그랬고, 수천의 관람객과 하객들이 역사의 고도 사마르칸트의 황혼녘에 둘러앉아 예술의 찬연함과 따뜻한 인류애를 공유하는 모습도 그러했다.또한 고색창연한 이슬람 건축의 현란한 모자이크 문양에 부서지는 사막의 석양과 미풍이 그러했고, 그 석양과 미풍을 타고 되살아나는 옛 실크로드 시대의 갖가지 전설과 일화와 사랑얘기들이 그러했으며, 이들을 모두 아우르며 광막한 사막의 별밤을 수놓은 휘황한 불꽃놀이의 장관이 또한 황홀의 극치를 더해줬기 때문이다. 사마르칸트는 강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졌으며 이미 신라시대에 이 지방의 민속놀이가 속독이라는 이름으로 유입되었다. 그뿐 아니라 현재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지압 박물관에 보관된 벽화에는 한국사신의 그림이 있어서 역사적으로 우리와의 멀고도 깊은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풍요롭다」「찬란하다」는 의미를 지녔다는 사마르칸트의 이름에서도 확인되듯이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 전성시대의 찬연한 오아시스 도시였음은 물론, 동서문화의 교차로요 융화지대였다. 바로 이도시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주최하고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제1회 국제음악제 「샤르크 타로날라리(동방의 가락)」가 개최된 것이다. 사막의 낭만과 초원의 꿈과 별밤의 애상과 오아시스의 고도 사마르칸트의 독특한 정취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개막과 폐막 행사를 지켜보면서 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세상만사의 부침을 진하게 되뇌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마르칸트는 한때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왕에 의해 유린되기도 했고, 몽골의 칭기즈칸에 의해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학살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마르칸트는 참혹한 폐허 속에서도 저처럼 웅장하고도 찬연한 이슬람 사원을 재건하며 위대하게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오늘 그 고풍스런 사마르칸트의 「레지스탕」 광장에서 동서가 모여 「동방의 가락」을 노래했다. 그곳을 유린했던 알렉산더의 후예 그리스 음악가도, 칭기즈칸의 후손 몽골 음악인도 다함께…. 바로 그곳 역사적인 행사에서 국악원의 정가(이준아 노래)가 유네스코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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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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