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2차 대선투표에서 새 대통령으로 선출될 게 확실시되며 전세계 금융시장은 올랑드 후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나의 최대 주적은 금융계"라고 거듭 강조해온 올랑드 후보가 공언대로 반(反)시장정책을 추진할 경우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반에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는 더구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올해 초 가까스로 합의한 신(新)재정협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독일이 결사 반대해온 '유럽본드(EU가 직접 발행하는 채권)'도 도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독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슈퍼선데이'의 파장에 따라 유럽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날 분석했다.
◇시장 뒤흔든 '올랑드 리스크'=올랑드의 파괴력은 벌써부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선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가 실시된 4일 올랑드 후보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4~7%포인트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급격히 흔들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일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5836%까지 떨어져(국채 값 상승) 사상최저치를 나타냈다. 같은 날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8260%로 양국 채권의 금리차가 124bp(1bp=0.01%)에 달했다. 국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프랑스가 독일의 두 배에 육박하는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양국 채권의 금리차는 30bp 내외에 불과했다.
안전통화로 통하는 엔화 가치도 올랐다. 4일 엔화는 달러당 79.85엔을 기록해 80엔대를 무너뜨리며 3개월래 최저치에 다가섰다. 세계경제에 위기신호가 나타날 때마다 엔화로 몰린 투자자들의 습관이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같은 날 배럴당 98.88달러까지 하락해 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선을 지키지 못했다. 원유 값이 떨어진 것은 앞으로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물론 4일 글로벌 주식과 상품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예상 밖의 침체를 나타낸 게 1차 원인이지만 밑바닥에는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더글러스 피터슨 대표는 이에 대해 "유럽의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이날 경고했다.
◇유럽호(號) 앞날 오리무중=다만 일부에서는 올랑드 리스크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랑드에 대한 불안감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일시적인 정치적 긴장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내놓았다. 양 정상이 한발씩 양보하는 차원에서 각종 정책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메르켈 총리는 며칠 내에 신임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프랑스보다 그리스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스인들이 현재 금융위기를 초래한 구체제 정치인들을 외면하고 급진정당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는 지난 3년간 14%나 줄었고 실업률은 22%까지 폭등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기관 MRB가 지난달 19일 실시한 마지막 설문에 따르면 안토니오 사마라스의 신민당과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전 재무장관이 이끄는 사회당이 각각 1ㆍ2당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들 정당은 모두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쪽이다.
하지만 양당의 득표를 모두 합쳐도 40%에 못 미치는데다 네오나치 계열의 '황금새벽당' 같은 극우정당도 4~5%를 득표할 것으로 관측돼 정국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스가 어떤 식으로든 긴축정책에서 후퇴할 경우 여파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