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담뱃값 인상발표 이후] 4500원이 세수 극대화 최적 가격… 8000원땐 되레 4조 줄어

■ 인상폭 2000원인 이유는

담배소비량 34% 줄지만 세수는 2조7000억 증가

세비율도 62→73%로 쑥

6800원으로 올릴때는 현재와 세수 규모 똑같아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한 다음날인 12일 서울 도심 빌딩 부근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정오를 기해 담배를 매점매석하면 최고 5,000만 원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려 잡은 이유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000원이나 5,000원 등 딱 떨어지는 숫자 대신에 담배를 살 때 잔돈을 번거롭게 주고받아야 하는 어중간한 가격대에서 담뱃값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처럼 어중간한 가격을 정한 것은 세수확대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조세재정연구원의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세수 규모는 담배가격이 4,500원보다 낮을 때는 가격 인상이 총 세수 규모 증가로 이어지지만 가격이 4,500원을 넘어서면서 총 세수 규모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담배가격이 4,500원일 때 기대되는 추가 세수가 2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는다는 얘기다. 4,500원이면 세금비율도 현 62%에서 7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담뱃값이 3,000원이면 세수가 1조1,000억원 증가하고 4,000원이면 2조5,000억원, 6,000원에서는 1조6,000억원씩 각각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4,500원은 흡연율을 낮추면서도 세수효과는 극대화하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추가 세수를 포함한 담배로 인한 총 세수입에서도 4,500원과 5,000원은 8조4,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500원일 때 43억4,100만갑인 담배 소비량은 4,000원이면 32억3,400만갑, 5,000원이면 24억9,600만갑, 7,000원이면 10억2,000만갑으로 줄어든다. 이론상으로는 담뱃값이 8,382원이 되면 소비가 0에 수렴한다.


이는 정부 발표치와 거의 유사하다. 정부는 11일 조세재정연구원의 가격탄력도(0.425)를 가정하는 경우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수는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국민 건강을 위한 흡연억제정책이라는 이면에 세수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셈이다. 정부는 2,000원을 인상함으로써 앞으로 3년간 8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인 6조∼8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관련기사



4,500원으로 인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500원"이라며 "많이 올리면 충격이 큰데다 보건사회연구원 용역 결과도 이 정도는 돼야 흡연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지가 확실히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라면 가격을 OECD 평균 수준이나 7,000원, 8,000원 이상으로 올리면 어떨까. 그렇다면 수요가 줄어 흡연율 감소 효과는 지대하겠지만 세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화되기는 힘들겠지만 보고서 시뮬레이션 상으로 7,000원일 때 -7,000억원, 8,000원일 때 -4조1,000억원 등으로 오히려 세수가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담배 소비행태가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6,800원일 때 현 2,500원과 세수가 똑같다"고 밝혔다.

일단 해외의 경우 담뱃세 인상으로 흡연율 감소뿐 아니라 세수 확대를 꾀한 사례가 많다. 멕시코는 지난 2011년 담배 소비세를 7페소 인상해 세수가 38% 증가했다. 영국 역시 담배가격이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0% 인상되면서 세수는 59억파운드에서 85억파운드로 44% 증가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4,500원으로의 인상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함으로써 앞으로 세수를 늘리는 장치도 추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물가상승에 따라 담배의 실질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흡연율과 물가상승률 등이 부담금에 지속적으로 반영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한다"며 "부담금 금액의 3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이날 입법 예고했다.

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물가가 연 3%씩 일정하게 오른다고 보면 10년 뒤인 2025년에는 담뱃값이 6,048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담배 소비량은 10년간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