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각변동 철강업계] 세계 철강업계 판도 바뀐다

佛유지노, 아베드 합병여파 포철 조강능력 세계3위로 세계 철강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업계에 그 파장은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가 국내에 있는데 철강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수출품목이다. 따라서 세계 철강업계의 변화는 정부나 기업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다. 관련기사 세계 철강업계를 달구고 있는 격변의 모습은 유럽 철강사들이 대규모 글로벌 통합으로 세계 시장의 패권을 노리는데다 업체들이 살아 남기 위해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서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통합=프랑스의 유지노는 지난달 스페인의 아세랄리아의 지분을 갖고있는 룩셈부르크의 아베드사와 합병을 결정, 유럽 5개국에 제철소를 가진 생산능력 4,600만톤의 초대형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유지노는 지난 95년 민영화한 업체로 98년 구동독의 EKO를 인수한 벨기에의 카커릴 제철소를 흡수해 2,220만톤으로 그 규모를 키웠고, 이번에 다시 2개업체를 인수했다. 이번 3사의 합병은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으로 우리나라 포항제철은 조강 생산면에서 2년간 지켜온 세계 1위의 자리를 지난해 일본 신일철에 내준데 이어 다시 3위로 밀리게 됐다. 이 같은 대형화ㆍ통합화 현상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유럽 및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진행돼 왔다. 독일의 티센과 크루프가 지난 97년 합병했으며, 영국의 브리티시스틸(BS)과 네덜란드의 후고벤스 역시 지난 99년 통합돼 코러스로 재탄생했다. 인도의 미타르 재벌이 지배하고 있는 영국의 LNM도 유럽의 많은 중소메이커를 흡수하고 98년에 미국의 인랜드를 인수해 유럽, 북미, 아시아 등 9개국에 생산 기지를 가진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세계적 규모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시장에서는 궁극적으로 4,000~5,000만톤 생산능력을 보유한 10여개 업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중소업체나 전문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합병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형태의 제휴도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아직 국적 개념이 뚜렷한 아시아 업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NKK는 지난해 미국의 내셔널 스틸과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고, 독일의 티센크루프(TKS)와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내에는 신일철과 스미토모금속, 일신제강 사이에 손잡이가 이뤄졌고, 가와사키와 스미토모, NKK간에도 다양한 형태의 제휴가 진행되고 있다. 포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 신일철과 지분 상호 보유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중국의 바오스틸과도 지분 교환을 통해 동아시아 '강자 연합'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신일철은 최근 유지노와도 자동차 분문의 합작사 설립과 판매망 공동 이용에 합의하고 포철과도 간접적인 제휴를 알선하고 있다. 유지노의 글로벌 전략에 위협을 느낀 신일철은 당분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이 지역에 대한 손잡기에 더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국내업체간의 제휴는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가와사키는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과 자본 투자 및 소재 공급을 매개로 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일본내 과잉생산 물량을 해소해야 하는 가와사키의 입장과 핫코일 등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냉연업체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아시아 철강업체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종연횡은 당분간 이 지역 철강 업계의 큰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는 무엇인가=아시아 철강업계에서도 궁극적으로 합병 등 통합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프랑스 유지노 등 유럽 철강사들의 아시아 공략이 강화될 경우 아시아 업체들도 통합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일본내 2, 3위 업체인 NKK와 가와사키. 아직 구조조정의 성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는 두 회사는 현재 궁극적인 경영통합을 목표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도 철강업체간의 통합이 낯선 일은 아니다. 지난해 인천제철은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인수, 미국의 뉴코어에 이어 세계 2위의 전기로 업체로 부상했다. 이런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의 확보다. 최근 유상부 포철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기업들은 경쟁과 협력, 즉 코피티션(Copetition)의 환경에 처해 있다"며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면 손을 잡겠지만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앞선 분야는 제휴를 통해 흡수하면서 철저히 명분이 아닌 실익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신일철과 포철의 제휴에서도 신제품 공동 개발, 원료 공동 구매, 판매시장 공동 개척 등에는 상호 협력하지만 판매 시장을 놓고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이 포철의 기본 입장이다. 또 하나는 양의 경쟁에 맞선 질적경영이다. 단적인 예가 포철이다. 포철은 규모면에서는 순위가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일본 4개 철강업체의 이익을 합친 것보다 3배나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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