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절망·희망 공존하는 '깊은 울림'

■ 조각가 류인 타계 11주기 베이징 특별전<br>팔·다리 이탈등 인체의 왜곡과 재구성<br>한국일보 '청년작가 우수상'등 수상<br>20세기 후반 '최고 구상조각가' 평가<br>미술열정 뒤로한 채 43세 세상 떠나

총 7점의 남성 인체로 이뤄진 류인의 작품 '급행열차'는 실존적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고통과 희망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밤-혼'

조각가 류인(柳仁ㆍ1956~1999)을 아십니까? 한국 현대추상미술을 주도한 화가 류경채(1920~1995)의 차남으로 화업의 대를 이은 그는 홍익대 조소과 졸업 후 인체를 해체, 왜곡해 재구성하는 작품으로 1980~90년대 추상조각이 주류이던 당시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작업에 대한 열정이 지극했으나 간경화로 43세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20세기 후반 한국 미술계에서 권진규 이후 최고의 구상 조각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의 타계 11주년을 기억하는 특별전이 한국이 아닌, 베이징 따산즈(大山子) 798미술특구에서 열리고 있다. 19일 오후 798미술특구 중심부에 위치한 티아트센터. 전시장에 들어서자 류인의 대표작 '급행열차'가 당당한 표정으로 관객을 맞는다. 철길을 밟고선 듯 앞뒤로 나란히 놓인 7점의 남성 인체 연작이다. 어깨에 인 육중한 청동덩이를 깨고 나오려는 역동성은 몸뚱이가 부서져 머리와 팔이 떨어져 나가도 아랑곳 않는 듯하다. 전시장 벽을 뚫을 기세다. 그 뒤로 보이는 '황토현서곡'은 우물 위 삼각대에 쇠사슬로 매달린 남자다. 천형(天刑)에 매인 듯한 사내의 짙은 고통이 느껴지지만 오히려 가까이 다가서게 만든다. 반응은 서양인과 중국인 관람객들도 마찬가지다. 류인의 대표작 '지각의 주(柱)' '입산' 등 대표작 13점이 전시장 3개 층 전체를 채웠다. 현지 전시를 돌아본 미술평론가 최태만은 "인간이 실존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고통은 새로운 탄생을 위한 움직임"이라 평했으며 평론가 최열은 "로댕이나 권진규처럼 한 작품에 절제와 폭발, 절망과 희망의 상호모순이 공존한다"는 찬사를 보냈다. 미망인 이인혜씨는 긴 기둥 끝에 벌거벗은 남자가 매달린 '밤-혼'을 가리키며 "깡마른 자신을 혹사시켜 가며 밤에도 고심하던 영혼, 그 사람과 가장 닮은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고인의 홍익대 동창인 조각가 정현(홍익대 교수)은 "뼈와 깡(剛斷)만 있던 왜소한 친구가 작품으로 자신을 소진시켜 일찍 죽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모전은 류인의 예술혼이 중국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주길 희망한 미망인의 뜻을 받아 류인의 제자인 조각가 김송필씨가 추진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한국 및 현지 미술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조소학회 창작전시부를 이끄는 조각가 티엔화펑(田華平)씨는 "한국현대조각의 최고 경지"라며 "조각의 개념과 구조적 해체ㆍ재결합을 통해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사해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극찬했다. 류인의 해외 개인전은 1993년 문화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기념 뉴욕 전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고인의 2주기인 2001년 인사아트센터와 5주기인 2004년 모란미술관에서 유작전이 열렸다. 한국일보 주최 '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등 다수의 수상이력이 있으며 작품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예술의 전당, 가나아트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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