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규모 신형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핵개발 능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미국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대표단을 아시아로 급파,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한반도에 새로운 핵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이달 초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핵 과학자에게 최근 건설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며 “핵무기나 그 보다 더 강한 무기 제조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에 맞서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변에서 최근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심분리기가 수백 개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측은 원심분리기 2,000개가 이미 설치 완료돼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헤커 소장은 또 “원심분리기들은 정교했으며, 초현대식 제어실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 민간인 과학자를 통해 핵 시설을 공개하자 미 정부는 주말 동안 한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에 연락을 취하며 북한의 의도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한ㆍ중ㆍ일 3국과의 협의를 위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대표단이 지난 20일 긴급 출국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당초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헤커 소장의 방북 결과가 백악관에 보고된 뒤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아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미국 대표단은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북한의 정치적ㆍ경제적 후원자인 중국을 설득해 북한을 압박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북한의 의도적 공개는 협상을 위한 책략일 수도 있고 권력 승계 시기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며 “국내외 핵 확산을 저지하려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