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건설사 우발채무 관리 발등의 불… 용산지구 사업 등 난항

■ IFRS 도입 후폭풍…대형 PF사업 줄줄이 차질 우려<br>"재무제표 악화 불씨 안을수 없다" PF사업 참여 자체 기피할듯<br>"부채비율 낮추기 총력전 추진" 앞다퉈 태스크포스 구성도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상장 건설사들마다 부채에 포함되는 지급보증 사업을 꺼리고 있다. 자금조달 차질 및 건설사 지급보증 문제로 표류하고 있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전경.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코레일 측이 요구한 1조원 규모의 대출 지급보증을 거부했다. 당장 돈을 내야 하는 출자도 아닌 지급보증을 거절한 속사정은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다소 생소한 회계기준 때문이다. 내년부터 모든 상장회사에 의무화되는 IFRS가 도입되면 지급보증은 상당 부분 회사의 부채비율을 높여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자금조달 문제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IFRS라는 초대형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강민석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IFRS 도입으로 분양공사의 매출액 인식기준과 PF사업의 우발부채 산정기준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며 "(건설회사 경영전략에) PF 우발채무에 대한 관리 여부가 발등의 불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규제 강화 및 자금상환 압박에 이어 IFRS 도입을 앞두고 건설회사들이 PF사업 참여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늘 것으로 보여 당분간 PF시장은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IFRS 도입 앞두고 비상=건설업계는 IFRS 도입을 앞두고 앞다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FRS에 따라 바뀐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매출실적이 떨어지는 등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비단 건설업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 진행기간이 길고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ㆍ연대보증 등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건설업종의 특성상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IFRS가 적용되면 그동안 부채로 잡히지 않던 지급보증ㆍ연대보증 중 상당 부분이 부채로 표기된다. 특히 우발채무의 부채 산정기준이 '부채전환 가능성 80% 이상'인 경우에서'50% 이상인 경우'로 강화돼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뛰게 된다. 최근 건설회사 부실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PF 우발채무가 재무제표를 통해 현실화되는 셈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IFRS TF팀장은 "IFRS가 의무 적용되면 향후 2~3년 동안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부채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며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형 민자 PF사업 표류 줄 이을 듯=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 민자 PF사업들이다. PF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이 부채로 잡히게 됨에 따라 재무제표 악화라는 부실의 불씨를 안고 선뜻 사업에 참여할 건설회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에서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최대주주 코레일이 삼성물산ㆍGS건설 등 17개 건설회사에 1조원 규모의 대출 지급보증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국내 PF사업은 건설업체들이 재무제표 등 장부상의 리스크 없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IFRS가 도입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PF사업 표류를 걱정해야 했다면 이제는 건설회사들의 잠재적 부실이 실제 부실로 잡히기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암 DMC 랜드마크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PF사업 중 건설회사의 지급보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거의 없다"며 "땅값이 저렴해 수익성이 확실한 곳을 제외하고는 사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도 "용산 역세권 사업에서 지급보증을 거부한 것은 IFRS의 영향도 있다"며 "앞으로 리스크가 큰 PF사업에서 건설업계의 지급보증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FRS가 도입돼 건설회사들의 재무제표가 악화되면 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도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IFRS를 적용하면 건설회사들의 부채비율이 오르고 신용등급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현재 대출기준으로는 자금을 지원해주기 힘들어진다"며 "금융기관들도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용어설명

◇국제회계기준(IFRS)=자본시장 자유화에 따라 기업 재무정보의 투명성과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만들어진 글로벌 회계기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80%가 이 기준을 도입했으며 한국이 본격 도입하는 오는 2011년에는 가입국이 150여개국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규정 중심'인 현행 미국식 회계기준과 달리 '원칙 중심'이며 주 재무제표로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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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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