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6일] 맞춤의학의 길 연 '한국인 게놈지도' 완성

가천의과학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한국인 게놈(유전체) 지도를 완성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한 세계 네번째 국가가 됐다. 그 동안 우리는 질병과 관련된 개인별 유전적 변이 등을 연구할 때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저장돼 있는 서양인의 표준 유전체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염기서열은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한국인 특성에 맞는 치료방법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완성된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에서도 모두 323만개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이 발견됐다. 이는 한국인을 서양인과 비교할 때 약 30억개의 염기 가운데 323만개의 변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의약품을 같은 양으로 복용해도 사람마다 약효가 다른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인 게놈지도 완성이 한국인에게 적합한 맞춤치료의 길을 연 것이다. 게놈지도 완성은 맞춤의학뿐 아니라 예방의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질병에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게놈지도를 활용해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김 원장의 경우도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8.2배나 높게 나왔다. 게놈지도 완성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난 2003년 처음으로 NIH이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할 때는 30억달러가 투입됐으나 해마다 분석기술이 발전해 올해는 100만달러로 비용이 줄어들었고 오는 2013년께는 1,000달러 수준이 돼 본격적인 생명공학의 혁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 게놈지도 완성은 우수한 인력과 의료기술을 가진 우리나라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진 셈이다. 게놈지도 대중화에 전혀 역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열등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개인 게놈지도를 보고 보험가입을 거절할 가능성이 대표적이 사례다. 그러나 역기능은 정책적 배려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며 게놈지도의 효용성을 무력화시킬 정도는 아니다. 게놈지도의 완성이 황우석 파동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국내 생명공학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위기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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