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술산업 침체" 나스닥 바닥찾기 지속

뉴욕 증시의 투자심리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각종 경기지표와 주요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주가가 부침하는 장세가 상당기간 전개될 전망이다.다우존스 지수의 경우 지난 22일 장중 9,100까지 떨어진 후 상당한 폭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지면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하는 바겐헌터들이 나타나고, 주가가 오르면 단기차익 실현 매물이 나와 주요 블루칩 지수인 다우지수는 9,300~9,800의 박스권 장세가 형성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바닥을 쳤다는 주장과 아직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점이 혼재하며 1,800대를 두고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월 한달동안 월가 투자자들은 좋은 뉴스에도 주식을 내다파는 민감함을 보였다. 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그러다가 지난 20일 FRB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금리인하(0.5% 포인트)를 단행하자 투자자들이 거의 패닉상태에 이르렀던 사실은 뉴욕 월가를 지배해온 우울한 무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확산되며 주가는 반등을 시작했다. 다우 지수는 600 포인트 상승, 다시 1만대에 바짝 다가섰다. 주가 회복의 결정적 동기는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였다. 이 지수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품을 더 소비하겠다는 의욕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월가의 마켓 심리가 반전했다. 지난 30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 감성지수도 3월중에 급반등한 것으로 나타나 컨퍼런스 보드의 발표를 뒷바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그린스펀 의장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실물 경기를 토대로 금리인하 폭을 결정했고, 그 후에 보여준 각종 지표들이 그린스펀의 결정을 뒷바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시장 심리도 단순히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공급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들의 수익성, 소비 수요 확대 등 실물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은 그동안 중앙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투자자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내려 수익을 보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에 잠겨있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주가가 오르고, 그 덕을 보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린스펀은 월가 투자자들의 삐뚤어진 기대를 따르지 않았고, 투자자들도 중앙은행에 기대서 혜택을 보려던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와 실물경기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게 된 것이다. 월가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와 마켓심리의 회복이 눈에 띠지만, 아직도 미국 경제에는 상당한 복병이 남아있다. 우선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을 꺼린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자금이 절실한 기업에 돈을 풀라는 뜻인데,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예전보다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이후 은행들의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고, 투자적격등급의 기업들이 부적격 통보를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기업 부문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자본재 투자는 여전히 부정적인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일 발표된 시카고 구매자 지수는 8포인트 떨어진 35에 머물러 82년 지수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의 원자재 구매력을 재는 이 지수는 기업 부문의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분기 동안 다우지수는 9%나 하락, 1분기 하락률로는 41개월만의 기록을 세웠다. 그렇지만 미국의 구경제를 대변하는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 지수는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켓 심리의 변화로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비해 첨단 기술주가 밀집해 있는 나스닥 지수는 바닥을 찾는 작업이 더 지속될 전망이다. 기술 산업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나쁜 수익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선의 전략가 알프레드 골드만은 "(나스닥 시장에서) 투자 무드는 갔다"며 "저점을 찾을 때까지 시장의 신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의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곳은 채권시장이다. 증시에서 빠져 나온 투자자들은 대거 채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지난 3월 투자등급 채권이 2,000억 달러나 거래됐다. 지난 4분기에 1,000억 달러가 거래됐던 것에 비해 두배나 되는 규모다. 뉴욕 자본시장에서의 전체 유동성은 자리바꿈만 했지 월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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