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심상찮은 미국의 반덤핑 제소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냉장고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져 한동안 잠잠하던 불공정무역 분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자업체인 월풀의 제소로 이뤄지는 이번 조사는 지난 1986년 컬러TV 브라운관 반덤핑 제소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가전제품의 대미수출은 물론 양국 통상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반덤핑 조사 결정은 삼성전자ㆍLG전자가 하단 냉동고형인 프렌치형 냉장고를 미국에 수출할 때 34~62% 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의 월풀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들 업체에 과도한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당한 지원정책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도록 했다는 것이 월풀의 주장이다. 월풀의 이 같은 주장은 연간 30억달러 규모인 미국 프렌치형 냉장고 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갈수록 경쟁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자국시장을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책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지원정책을 불공정무역이라는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상계관세 긍정판정을 받게 될 경우 냉장고의 북미지역 수출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의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제소가 다른 제품들로 확산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이번 냉장고에 대한 월풀의 제소와 미 행정부의 조사 결정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업계와 정부는 이번 냉장고 수출과 관련한 반덤핑 조사가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충분한 자료준비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미국 가전업체들도 세액공제를 비롯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집중 부각시켜 우리 산업정책이 통상마찰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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