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전선 난기류] 엔低 복병…경제버팀목 "흔들"

자동차·전자등 수출 주력품목 직격탄 우려지난달 국내 종합상사들의 수출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감소해 정부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월 중 국내 전체 수출은 135억1,600만달러로 6.6% 증가했으나 종합상사들의 수출은 56억8,500만달러로 9.0%나 감소한 것이다. 업계는 이를 종합상사들의 수출비중 감소 이상의 의미로 본다. 수출전선에 형성되는 이상기류의 구체적인 사례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들어 국내 수출기반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 상품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고 통상마찰에다 엔화약세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까지 만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수출을 크게 늘려 경기침체를 돌파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엔화약세 파장 엔화약세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고전할 것이라는 쪽과 원화도 같이 오르고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도 엔화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ㆍ전자ㆍ철강 등 우리의 수출 주력품목들이 엔화약세의 직격탄을 맞아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화약세는 일본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할인판매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건호 현대자동차 수출기획부장은 "엔화약세와 함께 원화약세도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만약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철강ㆍ중공업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엔화약세로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자국 내에 제조 비중이 낮은 섬유ㆍ유화 등은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악화되는 수출환경 엔화약세와 함께 우리 수출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통상마찰의 심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부르짖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총 수출비중 20%)의 약화라는 점에서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YR)는 6일(현지시간) 의회에 통상정책 백서를 제출, 자동차ㆍ철강ㆍ지적재산권 등 한미간 통상 현안을 제시하고 한국 정부에 대응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도 역내 경제가 어려워진데다 역내산업 보호와 기술표준, 환경보호 등을 내세워 조선ㆍ철강ㆍ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상품의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8년 4.6%에서 지난해 3.2%로, 일본시장 점유율은 6.3%에서 5.5%로 떨어졌다. 무협관계자는 "우리 수출상품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특화제품이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범용 제품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수출지원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금융기관의 일방적인 여신관리도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대외통상 네트워크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여신한도를 맞추기 위해 수출입금융을 줄여 오더를 받아놓고도 수출을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 부심하는 기업 기업들은 엔화약세 대응전략으로 부산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생산단가를 낮추는 차원에서 부품구매 때 모듈부품 비중을 확대하고 원자재 구매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품질향상과 함께 일본보다 앞선 애프터서비스 제공 등으로 소비자 인식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엔화약세가 장기화되지 않는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가격경쟁력 제고와 고객이탈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포철의 한 관계자는 "엔화약세는 특히 중국ㆍ동남아 등 근거리 지역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 지역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등 고객밀착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종합기계은 전체 수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유럽과 북미지역의 딜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부품구매선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중공업은 엔화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 정명대응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약세는 분명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중심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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