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8월 19일자
미국 국방부가 지난 16일 ‘중국의 군사ㆍ안보력 평가’ 연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군대 이동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삼스럽게 놀랄일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보고서를 보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 이동을 우려하면서도 되도록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본심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 지역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 미군 대응 전략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당국은 미군이 아시아지역에서 군사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군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연일 군사 시위를 벌이면서 미군과의 대립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를 비롯한 중국 인근 공해에서 미 해군이 훈련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대만ㆍ 티벳과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와 황해를 그들의 핵심이익 지역이자 안보 최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해군의 양이(Yang Yi) 소장은 미 해군이 서해에서 대잠수함 훈련을 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호주 저널과 인터뷰를 하면서 “중국 국익에 대한 도전이자 중국인민들에 모욕을 주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군의 군사 기술 우위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최근 미군이 미 국방부 예산 절감 차원에서 군사력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중국군은 미군과의 돌발 충돌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금까지 미군이 견지해 왔던 대 대만 전략이 오판으로 판명나고 있다. 중국 미사일은 정밀 타격 능력이 탁월해 이미 대만 영공을 무력화시킬 수준에 도달했다. 대만 공군은 중국 전투기에 초토화 당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군은 미군이 대만에 도달하기 전까지 대만을 장악할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달래기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중국과의 군사 관계 개선을 위해 잰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또 향후 대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군이 우방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중국 인근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한다’라는 인상을 심어 주지 않도록 갖은 애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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