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표준계약서 제정 줄잇는다

"방송·영화·출판·공연 불공정 관행 막자"

4월 '구름빵 사건' 논란 이후 관련 표준계약서 잇따라 마련

문화예술분야서 20여종 나와

강제사항 아닌 권고조항 그쳐 실제 적용은 아직 지지부진

지난 29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영화산업 발전 및 영화근로자의 고용과 복지증진을 위한 '제3차 노사정 이행 협약식'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협약 체결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 분야도 사실상 자유방임에서 '자율규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자유와 개성 존중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방임상태에 있던 문화 분야에서도 '표준계약서'를 통한 자율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창작자와 스태프, 중소제작사를 보호함으로써 업계의 상생과 함께 문화산업 성장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다만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사의 거부로 실제 적용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강제조항이 아니라 권고나 유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폭넓은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저작권 양도·이용허락 표준계약서'와 '한국영화 투자분야 표준계약서'를 제정 공표했다. 저작권 양도 표준계약서는 창작자를 보호하고 저작권 관련 계약 체결을 지원한다는 명목이고, 영화투자 표준계약서는 영화제작을 위한 투자과정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10월 초에는 영화상영 분야 표준계약서를 제정했으며 지난 6월에는 출판허락계약서 등 출판분야 표준 계약서 7종을 한꺼번에 내놓기도 했다. 5월에는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이 제정됐다. 현재 방송·영화·출판·공연예술 분야에서 20여종의 표준계약서가 나와 있다.

이러한 붐은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분야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문화융성위원회 자리에서 '구름빵' 작가의 불리한 계약을 언급한 이후 관련 표준계약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구름빵 사건'은 지난 2004년 처음 나온 그림책 '구름빵'이 애니메이션·공연 등을 통해 수백억의 수익을 창출했지만 초기 '매절계약'으로 인해 정작 작가에게는 2,000만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은 사건이다. 출판계에서는 작가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계약관행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잇따라 언급하면서 공론화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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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양도 표준계약서를 공개한 문체부 저작권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표준계약서를 통해 '구름빵 사건' 등 개인 창작자의 권리가 포괄적으로 양도되는 불리한 계약 체결 및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표준계약서'라는 이름의 제도가 공식적으로 생긴 것은 지난 198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제조·용역 등 23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한 데서 시작된다. 하도급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였는데 이것은 이후 다른 분야로 퍼졌다.

문화 분야는 상대적으로 많이 늦었다. 자유와 개성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방임상태에 놓여졌기 때문이다. 문화분야에서 표준계약서 확대의 계기는 지난 2009년 7월 도입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연기자·가수 대상)였다. 이는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불합리한 전속계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따라 나왔다.

표준계약서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고조항에 그쳐 적용은 더디다. 규제라도 '자율'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제정된 영화계의 표준근로계약서, 시나리오계약서의 사용률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1~8월 개봉하거나 개봉을 예정중인 한국영화 108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표준근로계약서 사용률은 13.1%, 표준시나리오계약서 사용률은 11.5%에 불과했다.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에 투자사나 제작사가 사용을 거부하면 별반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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