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직접금융서 조달" 상대적으로 낮아은행에서 시설자금 대출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이 이미 수개월 이전부터 설비투자를 준비해왔고 이제는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은행의 대출은 설비투자가 '유형화'하는 시점에서 집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1~2월의 대출실적이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개 1분기는 자금수요도 없고 은행도 나서서 영업을 하지 않는 시기.
기업들의 설비자금수요가 예년과 달리 연초부터 늘어나고 있는 데서 최근 경기가 기대 이상 빨리 회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은행 시설자금 대출이 주로 중견ㆍ중소기업과 규모가 크지 않은 중하위권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도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에 비해 오히려 이들이 경기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의 시설자금 용도는 공장신축 등 사업확장에 집중되고 있어 앞으로 시설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중소기업 설비투자 대폭 확대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은 시설자금 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산업ㆍ기업 등 국책은행을 통해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시설자금 공급규모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의 증가 못지 않게 최근 시설자금 용도가 주로 '공장신축자금'이라는데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시설투자는 기계장비를 구입하는 것 보다 공장신축에 집중되고 있다"며 "공장신축을 위해 돈을 투입하는 것은 특정 기계장비 구입과는 달리 사업 전반을 확장한다는 의미로,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또 공장신축이나 사업확장이 다시 기계 구입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도 높다고 기업은행측은 보고 있다.
◇ 대기업은 은행자금 안써
산업은행의 경우 올들어 시설자금 신규대출이 약 20% 늘어나는데 그쳐 기업은행에 비해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것은 아직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하지 않은데다 설령 있다 해도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소요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산업은행을 통해 인출된 시설자금 내역을 보면 ▦고려해운 105억원 ▦미래산업 100억원 등 중견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
5대계열의 우량기업들은 아예 산업은행 돈을 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며, 어지간한 대기업들은 금융비용이 저렴한 직접금융 조달을 선호한다.
특히 올해는 증시가 활황이고 저금리추세도 유지되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심해질 전망.
산은은 최근의 추세를 반영,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보다 30% 증가한 3조4,000억원을 올해 신규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약 1조7,000억원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시설자금으로 공급된다.
올해 2조5,000억원의 시설자금을 공급할 계획으로 있는 기업은행도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날 경우에 대비, 전체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 한빛ㆍ조흥은행 시설자금 공급 급증
시중은행들 가운데는 한빛ㆍ조흥ㆍ외환은행등 기업금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으로 설비투자 자금 수요가 많이 몰렸다.
국민ㆍ신한은행 등은 시설자금 공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역시 최근 상담과 심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미은행의 경우 올들어 거의 시설자금이 나가지 않다가 2월 들어 150억원이 순증했다.
시중은행들 역시 공통점은 우량 중견기업의 시설자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 또 엔저 추세와 맞물려 엔화자금 대출이 인기를 끄는 등 대출조건과 방식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산업은행과 엔화자금 전대계약을 맺은 한빛은행은 제휴선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지난해 10월 전대(轉貸)받은 1,000억원(시설대 700억원)을 전부 대출해줬고, 새로 1,000억원을 전대받아 재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부산ㆍ경남ㆍ대구 등 지방은행들도 전대받은 엔화를 주로 시설자금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성화용기자
최윤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