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1세기들어 처음 맞는 「세계 물의 날」이다.우리는 오래 전부터 물부족시대의 도래를 예상해 왔고, 새천년의 개막과 함께 이용가능한 수자원확보와 보전이야말로 전세계의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은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음에도 물을 공공재로 분류하고 수자원확보에 투입된 사업비용이나 편익분석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공공요금인상억제방침에 따라 생산원가의 70%수준에 머물러 있는 싼 물값 때문에 국민들의 물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고, 댐건설 등 새로운 수자원의 확보는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 우리의 물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물을 아끼려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없는 한 이미 93년부터 물부족국가로 분류돼 있는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물기근국가로 전략할 처지에 놓여있다.
물부족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증대와 수요관리측면에서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상이나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공급확대의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댐의 건설이다. 그러나 73년에 준공된 소양강댐의 개발단가는 물 1톤에3.3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건설중인 황성댐의 개발단가는 101.3원에 달해 투자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물공급의 공평성을 위해 물부족지역에 건설중인 광역상수도 사업에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댐 하나를 건설하는데 최소한 15년이라는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물부족사태가 닥칠 경우 국가경제적손실은 다른 공공재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된다.
물은 모든 산업활동과 일상생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자원으로, 농업용수의 부족은 식량난의 원인이 되고, 공업용수를 제 때에 사용할 수 없으며 가동률이 저하되어 국가적으로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뿐 아니라, 생활용수까지 부족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우리 사회는 상상할 수 없는 혼란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프랑스의 수돗물 값은 톤당 1,810원이고 독일은 1,638원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평균 24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95리터에 달해, 281리터만 사용하고 있는 프랑스와 국민소득을 감안해 비교할 경우 무려 5배나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물 소비실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물 문제는 국민들 스스로가 다 함께 이용해야 할 물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소중한 자원으로 인류와 함께 영원히 보전·이용돼야할 물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있느냐, 않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崔中根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입력시간 2000/03/21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