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회복 안될때 정치적 타격 불가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력과 국제사회 리더십이 취임 8개월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테러 사건을 '전쟁 행위'로 규정, 국민과 의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한편, 반테러 전쟁에 대한 국제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12일 미국을 겨냥한 테러 공격을 전쟁 행위라고 규정, 테러집단에 대해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보복조치를 논의했고, 항공모함을 미국 동부와 걸프 해안에 대기시켜 테러 지시국이 확인되는 즉시 공격을 감행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미국 의회는 만장일치로 반테러 선언을 결의하고, 미국 언론들은 이번 참사를 '전쟁'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미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했다. 국가미사일 방위계획(NMD)을 시작으로 테러 국가에 대한 강경책을 구사해온 부시 행정부가 국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와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국가원수와 전화를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동정과 호응을 얻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18개국으로부터 군사 행동에 대한 지지를 받았다. 이로써 검증되지 않았던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이 확인됐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진정한 지도력은 앞으로 몇주 안에 판명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테러 가담자와 비호국에 대해 강경대응을 천명했으나, 예상보다 혹독한 시련에 봉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일부 우려는 그가 외교, 군사적인 경험이 없고, 최근 교토협약 불참 결정, 미국 정찰기의 중국 하이난도 불시착 사건등 국제적인 현안을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했던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톰 핸릭슨 연구원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부시의 위기 국면"이라며 "그가 며칠 동안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때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전면전을 벌여 승리하고, 2차 대전을 종식시킴으로써 미국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당시엔 미국에겐 분명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의 적은 그림자에 숨어 있고, 소수의 집단에 의해 대량 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막강한 화력과 군인수만으로 단기간에 승리를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11년전 걸프전때 당시 부시 전대통령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전쟁의 결과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돌입, 재선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의 아들인 현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의 실패가 경제 침체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부시 대통령이 경제를 모르고, 그의 행정부가 경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기침체의 책임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연말 또는 내년까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은 오래갈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