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한번은 받았어야 했다

제6보(101~132)

팻감이 마땅치 않은 조훈현은 4라는 어중간한 팻감을 썼고 딩웨이는 당연히 그것을 외면했다. 백6은 촉촉수를 방지한 수순. 백10도 마찬가지. 백이 우변을 24로 틀어막자 딩웨이는 25로 따내어 버렸다. 이것으로 좌상귀의 수상전은 유가무가로 무조건 백이 잡혀있다. “완전히 상전벽해가 되었군.” 검토실의 윤기현9단이 껄껄 웃었다. 좌상귀 일대 백 13점이 모조리 잡혔다. 검토진과 구경하던 기자, 바둑평론가들은 모두 조훈현이 그 좋던 바둑을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당사자인 조훈현의 얘기로는 여전히 백이 미세하나마 앞서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큰 이득을 취하고서도 흑이 아직도 져있다고? 그럼 좌상귀에서 수단을 강구한 게 아무 효험이 없었다는 얘기 아닌가?” 몇몇이 묻자 조훈현의 대답이 독특했다. “효험이 있을 뻔했지. 그런데 딩웨이가 아직은 세기(細技)가 좀 부족하더라구. 백4를 그냥 외면한 게 문제였어. 한번은 받아주었어야지.” 실전은 우하귀가 통째로 백의 집이 되었으므로 그것을 감안하면 좌상귀에서 흑이 얻어낸 이득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백4에 대하여 흑은 일단 가로 응수해주고 다음에 백이 18의 자리에 끊으면 그때 외면하는 것이 정확한 수순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바둑은 그대로 백승이 되지 못하고 여러 차례 승부가 뒤집히게 된다. 나중에 가서는 좌상귀의 백이 기막힌 수순으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5…3의 위)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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