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쟁이선비」 정신/조정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로터리)

우리나라의 선비정신은 이 땅에서 사형선고된 지 오래다. 조선시대의 선비우위와 쟁이천시 사조가 우리나라 개발연대의 땀흘려 일하는 시대여건에 맞지 않는다 하여 깡그리 부정되어버린 것이다. 조선시대의 선비는 학식을 숭상하고 공상을 멀리하는 부류의 인사로 인식되고 있다.개화기까지만 해도 선비나 양반은 비가 와도 뛰지 않고 정구 같은 운동은 몸소 하기보다 상것들을 시키고 구경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개발연대는 「싸우면서 일한다」는 기능주의사회가 되면서 느릿하고 비생산적인 이미지인 선비의 장점이 송두리째 부정되어버린 것이다. 21세기를 2∼3년 앞둔 지금 사회의 가치기준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토록 재촉하던 빨리병과 고속성장병도 경제 및 사회구조가 변하면서 「찬찬히」와 질 위주의 저성장사회로 바뀌고 있다. 또한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이하여 선진문화시민의식이 생겨나고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한 동경도 늘고 있다.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정도 기계화, 사무자동화 등이 진전됨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의 쟁이가 「화이트칼라」의 선비형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구조면에서도 2차산업(제조업)과 3차산업의 중간 내지 혼합형태라 할 수 있는 2.5차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이에 걸맞게 장인도 선비정신을 갖추고 선비도 기술을 익히는 선비와 장인의 혼합 내지 쌍전형태라 할 수 있는 장인선비 또는 선비장인형의 「새 선비상」을 추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새 선비정신」에 대한 연구와 범사회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여지껏 홀대받던 선비정신은 이처럼 온고지신의 지혜로 새시대에 맞게 재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선비정신을 세계에서도 영국의 기사도 또는 신사도 정신,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 미국의 청교도 또는 개척정신에 비견되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새정신의 지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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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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