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경제팀이 윤곽을 잡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지만 후임자 이름이 벌써부터 오르내리고 있고, 그가 이번 금융위기 해결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의존했던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차기 재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기 때문이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버냉키 의장의 후임으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버냉키 의장의 역할론에 힘이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버냉키의 공식적인 임기는 오는 2010년1월까지다. 하지만 서머스 교수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FRB의장으로 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머스 교수는 이미 차기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에 발탁돼 오바마 당선인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WSJ는 일단 버냉키가 의장 잔여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FRB의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와 조화를 이뤄내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업무 추진에 있어 합의를 중시하는 버냉키와 다소 독선적인 서머스 간의 스타일 차이로 양자간 마찰을 빚을 소지가 농후하다는 점도 버냉키의 입지 축소를 유인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버냉키가 핵심적인 조언자를 잃었다는 점도 부각됐다. 블룸버그는 가이스너의 재무장관 임명이 버냉키에게는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이스너는 베어스턴스와 AIG의 구제 작업을 주도한 것은 물론 금융 회사들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공급 프로그램과 최근 씨티그룹에 대한 정부 구제조치 등에도 간여해 왔다. 버냉키로서는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조력자였던 가이스너의 빈자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