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무협지 그리고 예언서가 합쳐진다면. 신예 작가 박선용의 새로운 밀레니엄 소설 「운명인자」(전2권·명진출판 펴냄)에서 바로 그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우선 제목 「운명인자」의 뜻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현대의 권력은 미래에 대한 정보를 소유하는 것에서 나온다. 미래를 아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운명인자는 이 미래예측을 뒤엎어버릴만한 요소를 말한다. 그래서 말 그대로 운명적 인자, 즉 미래를 바꾸는 요소이다, 그것도 결정적으로 바꾸는 요소이다.』
소설 「운명인자」는 바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래를 지배하려는 세력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세력의 대결구도. 미래를 지배하려는 자들은 거짓된 메시아를 내세우는 서구의 음모집단이고, 그것을 저지하려는 집단은 바로 한반도의 주인공들이다. 소설은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풍에다 무협지나 SF소설을 능가하는 오락적 요소들이 지뢰밭처럼 널려 있다.
한국 선가(禪家)의 맥을 이어 온 현중은 미래에 닥칠 큰 환란을 예감하고 한반도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현중의 학문과 무예를 이어받은 직계 제자 진혁은 스승의 뜻에 반발하여 속세에서 방황을 거듭한다.
한편 진혁의 옛사랑이며 미국 위클리지의 기자로 활약하는 신영은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피살자는 미국에서 가명으로 활동중이던 프랑스 제8대학의 유전공학 및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 박사였다.
한국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프랑스에 유학중이던 소희 역시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환경오염행위를 항의하기 위해 찾아간 국립아동정신요양소. 그곳에서 전율스런 천재 어린이를 만난 것.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여버리는 아이였다.
이미 세계를 뒤흔들 대파국을 예감하고 있는 현중과 제자 진혁 역시 미지의 세력으로부터 불의의 공격을 받는데…
소설 「운명인자」는 한여름 밤의 긴 시간을 몽땅 잡아먹을 불가사리같은 소설이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