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첫 끗발 좋은 당신 결국은 패가망신(敗家亡身)


왕년의 '타짜' 장병윤씨

단도박 모임 사무국장

첫 끗발 좋은 당신 결국은 패가망신(敗家亡身)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왕년의 '타짜' 장병윤씨 단도박 모임 사무국장 관련기사 • 도박중독은 '뇌질환' • 카지노바 등 매출 42조 • 환절기건강 과일이 보약이죠 • 고추 고장 청양의 '큰 코 선발대회' • '정원식 레스토랑' 계절의 정취를 만끽 • 영화로 고발하는 세상의 부조리 사설 도박장에서 포커 게임을 한다고 치자. 당신은 에이스가 석장인 풀하우스를 잡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상대방이 포카드(four of a kind)나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잡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포카드가 뜰 확률은 0.168%이고, 스티플이 나올 확률은 0.024%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 판에 풀하우스와 포카드가 동시에 뜰 확률은 더욱 작다. 자, 이제 당신이 잡은 에이스 타이틀의 풀하우스는 사실상 무적의 패다. 여기서 당신이 가진 판돈을 ‘올인’ 할 것인가, 아니면 포카드나 스티플이 무서워 패를 접을 것인가. ‘올인’이야 말로 당신이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선택하는 작전이다. 그러나 에이스 타이틀 풀하우스가 포카드에게 보기좋게 무너지는 장면은 사기 도박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66년작 미국 영화 ‘신시내티의 도박사’는 에이스 풀하우스를 잡은 스티브 맥퀸이 스티플을 잡은 상대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을 매우 극적으로 그렸지만, 한국의 사기 도박판에서는 별로 극적일 것도 없다. ‘타짜’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일부러 이런 패를 나눠주고 한 방에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낸다. 속았다는 걸 깨닫게 된 뒤에도 발을 끊기는 어렵다. 한 방에 잃어 본 사람은 한 방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고 든다. 이미 도박 중독이 시작된 것이다. 도박 중독의 위험성을 다룬 이번 주 리빙앤조이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먼저 약간의 용어 설명이 필요하다. ‘타짜’는 노름판에서 남을 속이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다른 말로 ‘기술자’ 또는 ‘구라꾼’으로도 불린다. 반면 ‘호구’는 돈 많고 노름을 좋아해 ‘타짜’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사람을 뜻한다. ‘호구’를 끌어들여 거액을 따는 것은 ‘공사’라고 한다. ‘호구’ 물색부터 시작해 ‘공사’를 하기 위한 전 과정의 시나리오를 ‘설계’라고 부른다. 취재진이 만난 장병윤 씨(51)는 전직 타짜 출신이다. 20대 초반에 최고의 타짜가 돼 전국을 돌며 ‘구라’를 치던 사람이다. 화투와 카드는 물론 카지노까지 섭렵한 유일한 기술자로 통했다. 도박을 끊은 뒤에는 허영만의 장편 만화 ‘타짜’ 스토리 구성에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SBS 드라마 ‘올인’의 도박 장면을 감수했다. 이달 말 개봉할 영화 ‘타짜’에서도 기술 감수를 하고 조승우 김혜수 등 주연 배우들에게 연기에 필요한 사기 도박 기술을 가르쳐줬다. 지금은 경남 산청에서 고구마 농사와 은어잡이를 하고 있는 장 씨는 도박을 말리는 데 열심이다. 이유는 단 하나, 어떤 도박이든 그 속성상 주최자 및 짜고 치는 사람에게 절대 유리하게끔 ‘설계’가 돼있기 때문이다. 순진한 사람은 절대로 돈을 딸 수 없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를 비롯해 파친코, 슬롯머신 등 기계를 상대로 하는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속임수가 없다손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 업장으로 끌어들여 더 많은 돈을 빼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한탕의 꿈은 절대로 현실이 될 수 없다. 취재진은 한국 단도박(斷賭博) 모임의 사무국장도 만나봤다. 익명을 요구한 사무국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사설 도박장(하우스)을 드나들다 도박에 중독됐고, 결국 사기 도박에 걸려 집을 날리고 직장까지 잃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고통 끝에 도박을 끊은 뒤에 택시 운전과 대리 운전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현재는 사무국장을 맡아 단도박 운동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성인오락실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카드, 화투 등의 불법 도박판도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인간을 뼛속까지 파멸시키는 도박의 위험성을 현장에서 겪은 두 사람은 “지금이라도 끊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물론 모두가 도박에 중독되는 건 아니다. 또한 합법적인 갬블 산업과 친구나 가족과의 ‘친선 경기’에 테두리를 한정한다면, 도박은 재미와 짜릿함을 즐기려는 인간의 본성을 만족시키는 순기능도 한다. 합리적인 금액을 배팅하고 잃은 돈을 ‘재미를 위해 쓴 돈’으로 여긴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게 도박 자체의 속성이다. 도박은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는 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도박은 지고 나면 돈을 잃고 폐인이 된다. 속인 자와, 속은 자. 두 사람을 통해 도박의 위험성을 들어봤다. 전직 '타짜' 장병윤씨 "어떤 도박이든'설계'돼 있어" '호구' 걸려들면 '기술자''꽁지' 등 조직적 작업한창땐 하루에 17억원 짜리 '공사' 한 적도지금은 손 씻고 농사 지으면서 단도박 운동 전직 '타짜' 장병윤 씨(51)는 도박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 "어떤 도박이든 다 나름의 '설계'가 돼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돈을 딸 확률은 0.1%도 안 된다. 그게 도박의 구조다." 장 씨의 현재 직업은 농부다. 곧 인터넷 사이트(ijirisan.co.kr)까지 열고 자신이 기른 우수 농산물을 판매할 계획이다. 한때 전국을 돌며 큰 돈을 만졌던 장 씨는 노름판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남들에게 단도박(斷賭博)을 권한다. 장 씨는 "동료나 가족끼리 하는 친선 경기가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게 도박"이라고 잘라 말했다. -요즘은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에 때문에 카드와 화투 도박을 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나. "줄긴 줄었지만 아직도 서울시 1개 구에 화투와 카드로 먹고 사는 사람이 300명 씩은 된다. 300명 중 절반 정도는 소위 '기술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장소 제공자, 고리대금업자(속칭 꽁지) 등 관련 종사자다." -도박판이 주로 어디서 열리나. "하우스(사설 도박장), 중소회사 사무실, 당구장, 기원, 골프장 등 장소는 갖가지다. 사기 도박 조직을 '라인계' 또는 '회사'라고 부른다. 이들이 하는 일 중 판을 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순진하게 돈을 잃어 줄 '호구'를 물색하는 일이다. 내가 관여했던 일 가운데는 5년을 공들여 유혹한 '호구'를 '공사'하는 일도 있었다." 장 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순진한 사람들은 사기 도박 조직의 '설계'에 넘어가기 마련이라고 한다. 도박 자체가 가진 중독성 때문이다. -어떻게 '설계'를 하나. 의심을 살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작은 판을 벌여 놀러 오라는 식으로 유혹해 슬슬 돈을 잃어주면서 재미를 알게 만든다. 그러다 결정적인 타이밍에 타짜를 끌여들여 거액을 딴다. 그러면 복수심이 생겨 다시 찾아온다. 그러면 돈을 또 딴다. 몇 번만 하면 부자 한 명 알거지 만들기는 잠깐이다. 내가 '타짜'로 활동할 때 하루에 17억 원 짜리 '공사'도 해봤다. 딴 돈은 함께 짜고 친 사람들과 나눠 갖는다. 통상 타짜 몫은 30%다." -사기 도박을 하려면 뛰어난 타짜가 필요한가. "그렇지도 않다. 흔히들 생각하기에 사기 도박엔 화려한 속임수가 펼쳐질 것 같지만, 본질은 '짜고 치기'다. 5명이 포커를 치는데 4명이 같은 편이라고 치자. 4명이 손짓 눈짓으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플레이하면 어떤 장사가 배기겠는가. 카드나 화투의 뒷장에 마킹(표시)을 한 '공장목' 또는 '목카드'를 쓰는 경우도 많다. 맨 눈에는 안보이는 특수 마킹을 볼 수 있게 하는 컨택트 렌즈도 있다. 벽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상황실'에서 상대방의 패를 선수들에게 진동기 등을 이용해 알려주기도 한다. 인터넷에 보면 거꾸로 이런 특수 장비를 잡아내는 기계를 팔기도 한다." -타짜의 기술은 어떤 게 있나. "자 한 번 봐라. 세 가지가 기본기다. 숨겨 놓은 패로 바꿔 치고, 원하는 패를 손바닥에 달고, 밑장 빼고. 타짜라면 원하는 패를 특정 플레이어에게 나눠 줄 수도 있고, 원하는 패를 바닥에 칠 수 있다. 특급 기술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충 통할 수 있는 기술은 조금만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 영화 '타짜'에 출연한 조승우와 유해진, 그리고 최동훈 감독은 내가 4개월 동안 가르쳐주자 밑장 빼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김혜수는 여성인데도 불구, 판의 흐름을 읽어내고 누가 기술을 쓰는지 잡아낼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됐다." 장 씨는 이 대목에서 카드 한 벌과 화투 한 벌을 꺼내 '기술'을 보여줬다. 절대 눈치챌 수 없는 스피드로 패를 주물러 원하는 패를 돌린다. 장 씨는 "손바닥에 몇 장 달고 밑장 좀 뺐지"라고 간단하게 말했지만 마치 마술처럼 특정한 패가 돌아간다. 고스톱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수천 점이 나게끔 패를 배열한 속칭 '탄'을 만들어 48장 화투를 통째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쓴다고도 했다. 장 씨는 도박의 파친코, 슬롯머신, 릴게임 등을 '기계 싸움'으로 불렀다. 이런 류의 기계 도박장은 사업화 된 것이기 때문에 사기라기 보다는 정교한 '마케팅' 기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불특정 다수의 주머니에서 돈을 끌어내는 구조다. -기계 도박은 어떻게 사람을 중독시키나.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를 썼다. 일당을 주고 오락기 앞에 사람을 앉아있게 한 뒤, 이 사람에게 대박을 안겨주고 종업원들이 박수를 쳐준다. 다른 플레이어의 사행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설계'인 셈이다. 기계 도박의 본질은 승률 자체가 기계에 유리하게 돼 있는 거다. 반복해서 플레이하면 절대 돈을 딸 수 없다는 얘기다. 바다이야기의 승률과 마케팅 기법은 좀 다르지만, 고래가 한 번 터지면 250만 원이 나온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두 번 고래 잡아봤자 집을 사겠는가 차를 사겠는가. 결국 한 달 내내 잃은 돈 본전 정도 치는 거다." -다른 도박은 어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한국의 정선 카지노 같이 공인 받은 곳은 그렇지 않지만, 불법 카지노 바와 러시아나 필리핀 등의 카지노는 '블랙딜러'를 의심해야 한다. '블랙딜러'는 속임수를 쓰는 딜러를 뜻한다. 경마 경정 경륜도 환급률이 70~80%다. 100원을 들고 배팅하면 평균 70~80원이 돌아오는 게임이다. 이걸 반복하면 결국 0원이 되는 건 자명한 게 아닌가. 빨리 0원이 되느냐, 서서히 0원이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료나 친척 끼리 벌이는 '친선 경기'가 아니라면, 어떤 종류든 돈을 걸고 끗발과 배짱을 겨루는 짓을 해서는 안된다." -한국에 왜 도박이 만연했다고 보나. "나는 요리사, 룸살롱 웨이터, 계란 도매상 등의 일을 하던 중 남들이 돈을 펑펑 쓰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서 노름을 시작했다. 그러다 돈을 다 잃고는 억울해서 기술을 익혔고, 결국 타짜가 됐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으로, 묵묵히 일해서는 승부가 나지 않으니까 한 방을 노리는 거다. 경제의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작은 공장을 평생 다닌 사람도 집 한 채 장만하고 노후 준비 정도는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누가 노름하면서 돈 잃고 다니겠나. 노동을 경시하고 노동자를 우습게 아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집값은 몇 배로 뛴다. 이런 사회가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거다."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지금 끊어라. '한 방'에 매달리는 절박한 심정에서 노름해봤자 절대 현실이 되지 않는다. 노동을 통해 도박을 잊어라. 나는 임대한 땅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고 경호강에서 고기를 잡아 연간 3,000만 원을 벌어 여섯 식구를 부양하지만 일해서 먹고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 따짜로 활동할 때 돈은 많이 벌었지만 주색에 빠져 사람 꼴이 아니었다. 무조건 끊어야 한다." 한국단도박모임 사무국장 "돈 딸 확률은 0.1%도 안된다" 성인오락 중독된 20대 상담전화 늘었지만 연령 성별 분포 40~50대이 남성이 대부분 화투·카드·카지노 외 주식·복권 중독자도 한국 단도박 모임은 도박을 끊고 싶은 사람들의 순순한 친목 모임이다. 단도박 모임의 기원은 57년 미국에서 시작된 모임인 '익명의 도박자들'(Gamblers Anonymous). 한국에서는 84년 부평 심곡동에서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데, 미국식 이름이 낯선 탓에 한국서는 '단도박 모임'으로 단체명을 지었다. 단도박 모임은 세계 어디서나 회원은 익명으로 활동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또한 외부의 지원을 일체 거부하고 회원의 소액 기부금을 통해서만 단체를 운영한다는 것도 원칙이다. 한국 단도박 모임의 회원들은 가명으로 활동한다. 보통 지역이름에 자신의 이름 중 한 자를 붙이는 경우가 가장 많다. '논현김' '심곡박' 하는 식이다. 현재 단도박 모임의 사무국장도 익명으로만 인터뷰에 응했고, 기사에서도 '사무국장'으로만 표기하기로 했다. 사무국장은 최근의 성인오락실 문제와 관련, "최근 상담 전화 중에는 릴게임 등에 중독된 20대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노름을 했나. "본격적인 중독양상을 보인 것은 5년이다. 하우스에 드나들며 포커를 했다. 보통 일주일에 5~6일은 노름을 하느라 외박을 하고 아침에 곧바로 직장에 출근했다. 도박 자금은 노름꾼끼리 맞보증을 서서 대출 받아 구했다. 결국 집을 날린 것은 물론이다." -사기도 당했나. "(당했다는 것을)뒤늦게 알았다. 나중에는 하도 억울해서 직접 '목카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카드 뒷면을 바늘로 긁어 표시를 한 뒤 다시 감쪽같이 포장을 해서 딱 한 번 써봤다. 일반인은 절대 '목카드'도, 타짜의 기술도 알아챌 수가 없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하우스에 가게 되는 게 중독자의 심리다." -그렇게 중독이 심한가. "일단 중독이 되면 끊기가 아주 어렵다. 모임 회원 중 혈서를 쓴 사람도 많고 심지어 손가락을 자른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도 또 한다. 가족이 격리를 시켜도 격리가 풀리는 순간 노름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주로 도박에 중독되나. "누구나 중독된다. 특히 승부근성이 강한 사람들과 어릴 때 부모의 억압 속에 자란 사람들이 더 강한 중독 양상을 보인다. 부모가 도박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본 사람도 쉽게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 같다." -도박에 중독되면 어떻게 되나. "단도박 모임을 찾아오는 사람을 보면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당당하지 못하고,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서려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다는 생각에 사람 자체가 위축된다. 자신감 상실로 인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기도 한다. 아내와 가족, 채무자에게 늘 변명을 하다보니 거짓말에는 박사가 되는 것도 특징이다. 도박 중독자는 돈을 따도 그 돈을 다른 데 쓰지 못한다. 급한 빚만 갚고는 다시 노름 밑천으로 쓴다. 그리고 또 잃는다. 처음에는 10만원만 잃어도 아깝지만 곧 1,000만 원을 배팅하게 된다." -본인은 어떻게 끊었는가. "나는 모임에 나오고 나서 곧바로 끊었다. 극히 드문 경우다. 회원들 다수가 모임에 나와 '이번 주에 또 했다'고 고백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기 어렵다. 특히 성인오락실은 거리 곳곳에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기가 더욱 어렵다. 성인오락실이 많아져 도박하는 사람이 늘었고, 그 결과 중독자도 더 많이 양산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다른 도박과 성인오락실 중독의 차이는 뭐라고 보나. "사실 아직도 카드와 화투 도박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카드 하던 사람은 성인오락실에 큰 재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추론한다면, 성인오락실 중독자 중 대부분은 이전에 다른 도박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하던 도박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곧장 다른 종목에 손?대게 된다. 바다이야기를 못하게 되면 그 많은 중독자들이 다른 종목으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성인오락실 문제로 상담이 많이 늘었나. "최근 상담 전화의 80%는 성인 오락실 문제다. 단도박 모임의 기존 회원은 40~50대가 많다. 그러나 성인오락실의 중독의 특징은 젊은이가 많다는 점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성인오락실에 빠졌다고 보나. "한 번 고래 터지는 맛을 보면 90% 이상이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화려한 불빛과 음악, 고배당의 예시 기능도 중독성을 키우는 장치였다고 본다." 현재 한국 단도박 모임 회원은 500명 정도. 전국에 43개 소모임과 미국의 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시애틀 및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모임을 더해 48개 소모임이 사무국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있다. 도박 중독자 중에는 노름빚을 부모 형제 등 남이 대신 갚아주는 등의 과정을 통해 의존적으로 변한 사람이 많다. 때문에 모임은 '자신의 대가는 자신이 치르고 자기가 먹고 살 돈은 스스로 번다'는 원칙을 공유한다. 모임에서 회원들은 자신의 사례를 얘기하고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서로의 단도박 의지를 재확인한다. -회원은 어떤 사람들인가. "성별로는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은 쉬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임을 찾아오기가 어렵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고, 직업은 사무직, 막노동, 자영업, 전문직 등 다양하다. 그게 도박 중독의 특징이다. 회원 중 고위공직자, 대학 교수, 의사, 변호사도 있다." -주로 어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인가. "종목도 가지각색이다. 카드 화투 경마 성인오락실 등을 비롯해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는 화투 및 포커 게임 중독을 호소하기도 한다. 주식에 중독된 사람과 월급 이상 복권을 사는 사람도 찾아온다." 사무국장은 '도박 중독이 만연한 이유 가운데 정부의 정책 실패도 있다고 보나'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될만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게 모임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도박으로 인해 돈이 나가고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사회적 위치가 흔들리면 문제를 인식해라. 내 탓으로 여기고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평생 못 빠져 나온다. 인간의 호기심은 못 막는다. 때문에 도박에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빠졌을 때는 스스로 인식하고 노력해서 극복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6/09/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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