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는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108.20엔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으나 엔고 저지를 위한 미국 등 선진국의 협조개입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105.98엔까지 재상승했다. 이같은 추세는 21일 도쿄 외환시장에도 이어져 엔화는 전날보다 1.52엔 오른 106엔대 전반에 거래됐다.일본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대장성 재무관이 엔고 저지를 협의하기 위해 티모시 가이스너 미 재무차관과 만났으나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로다 재무관이 미국측과의 회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미조구치 젬베이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미국과 일본이 외환정책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협조개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협조개입의 전제조건으로 일본이 통화공급을 늘리는 등 금융완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일은이 이날 내놓은 금융완화정책을 미국측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협조개입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ABN 암로 은행의 타카노 수지 외환분석가는 일은의 발표에 앞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미-일 공조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 딜러들은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내놓을 경우 엔화는 109엔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지만 금융완화정책이 시장을 실망시킬 경우 104엔대로 다시 엔고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시장관계자들도 금융완화정책에 대해 「엔고를 되돌릴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은 총재가 대장성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일은은 그동안 기준금리가 거의 제로인 상태에서 추가로 통화공급을 늘리는 금융완화 조치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여튼 일본 정부가 엔고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일본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