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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돈의 흐름은 극과 극으로 간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대부분 국가에서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연간 성장률이 1~ 2%까지 낮아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투자 방식이 달라진다. 중간값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줄이고 극과 극으로 투자한다. 1990년대 고령화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고령화로 인해 성장률 하락이 심화되면서 보수적인 투자자는 은행의 예금이자나 채권이자가 제로 수준에 근접하자 아예 집에 금고를 사서 현금을 넣어두는 극단적인 성향을 보였다. 반대로 월급만으로는 먹고살기가 빠듯해진 투자자는 해외주식·해외채권, 더 나아가 더블데커와 같은 투기적인 자산 투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성장과 금리가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8%대를 웃돌던 1990년대 초만 해도 회사채 금리(AA- 기준)가 10% 이상이었지만 성장률이 3%대로 낮아진 최근에는 2~3%대에 접어들고 있다. 만약 성장률이 1~2%대로 낮아진다면 금리도 2% 미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를 경험한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잠재성장률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이 과정에서 금리 수준도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리가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과정에서 금리가 배당수익률을 뚫고 내려가는 '역(逆)수익률 혁명'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둔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금리 하락이 추세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정 시점에는 금리가 배당수익률을 밑도는 역수익률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초이노믹스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기업소득환류세제, 즉 과세해서라도 배당을 늘리는 정책이 2015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잠재성장률과 금리가 하락할 경우 역수익률 혁명을 통한 배당투자가 한국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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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더블데커·커버드본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1990년대 고령화로 인해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자국 내에서는 투자기회가 줄어들었고 해외주식이나 해외채권·해외부동산에 대한 투자붐이 일었다. 초기에는 큰 규모로 손해가 발생했다. 사실 해외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국의 주가나 채권금리·펀더멘털 등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율 변동성을 간과할 경우 수익률이 크게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환율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일정 범위라도 환율을 예측하지 않고 해외투자에 나서는 것이 무리수라는 것을 투자자들도 학습효과를 통해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극이 탄생했다.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에다 아예 환을 같이 투자하는 것이다. 본질이 바뀐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해외주식이나 해외채권 투자의 수익에다가 환차익을 노리는 형태로 해당 펀드에 해당국 통화를 편입하는 형태가 더블데커다.

앞으로도 우리는 보다 다양한 자산과 상품들을 만나겠지만 중요한 것은 중위험·중수익과 같은 상품들에 대한 관심은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1~2%로 낮아지면 앞서 일본처럼 아예 보수적으로 투자하든가, 아니면 투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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