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대책도 조율 못하고 표류

[친서민정택 드라이브]

서울 집값이 22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총부채상환비율(DTI)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놓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심화되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거래가 끊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하기로 했던 '서민ㆍ중산층을 위한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정부 부처간 이견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친서민 정책과의 '접점'을 찾지 못한 데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청와대가 가장 망설이는 부분은 '7ㆍ28 재보선' 등을 앞둔 상태에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자칫 집권 초기의 '부자 감세' 논란을 재연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두고서는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악성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등 핵심 콘트롤 타워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정책 운용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DTI 규제 완화가 장기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MB정부의 '친서민 코드'와 부합하지 못한다는 내부 비판에 부딪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DTI를 완화하면 다량의 현금 보유자들의 부동산 매입이 수월해지고, 이는 결국 투기 수요를 조장할 것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부자 정부'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MB 정부 입장에서는 쉽게 꺼내기가 힘든 카드인 셈이다. 건설업계에서 DTI 완화와 함께 요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 조절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에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기존 주택 거래가 안돼 새 아파트도 입주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민간 분양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에도 3차 보금자리주택 등이 공급 예정인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근교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이 수도권 2기 신도시 수요를 모두 흡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은 MB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기 때문에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서민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수십 년 만에 서울 한복판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한 상태에서 사업을 축소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보금자리주택과 민간 아파트의 수요층이 분명히 나눠지기 때문에 공급 목표를 조정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B정부의 경직된 행보가 오히려 친서민 정책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늦어져 집값이 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하락하고 거래 정지 상태가 전혀 개선되지 못할 경우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피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설령 '버블'이라 해도 연착륙을 위해서 실수요 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DTI를 완화하더라도 당장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집값이 뛰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실수요자들의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수해도 좋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시장에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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