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물장사와 보험장사

샘물을 길어다 먹던 마을 얘기다. 동네 사람들은 품앗이로 물을 길어 먹었다. 어느 날 수레에 큰 물통을 싣고 배달하는 물장수가 등장했다. 하나 둘 품앗이를 그만두고 편하게 물을 사먹기 시작했다. 물장수는 수레와 물통을 깨끗하게 단장하고 새 옷과 새 신발로 손님을 끌었다. 샘물에다 얼음ㆍ아이스크림ㆍ보리차 등도 끼워 팔았다. 샘물이 광천수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물 값은 시나브로 곱절이 됐다. 지난 18일 본지에 ‘보험사 종신보험 상품이 새마을금고ㆍ신협의 공제상품보다 최고 30% 비싸다’는 기사가 나간 후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50세 남자가 1억원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내는 보험료가 새마을금고 6,336만원, 보험사 7,508만원으로 1,172만원이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똑같은 보험금을 주는 상품인데 보험료는 왜 그렇게 다를까. 보험료는 크게 ‘순보험료’와 ‘사업비’로 구성된다. 순보험료는 연령대별 생존ㆍ사망률, 질병발생률, 재해사망률 등이 담긴 ‘참조 순보험료율’을 기초로 정해진다. 보험사는 이 숫자를 이용해 받는 보험료와 주는 보험금을 같게 만든다. 은행으로 치면 예금이자와 대출이자가 같아지는 셈이다. 한 우물에서 퍼낸 물처럼 모든 보험상품의 순보험료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보험료 차이는 ‘사업비’에 달려 있다. 보험을 팔고 관리하기 위해 설계사에게 주는 신계약비와 계약유지비ㆍ수금비ㆍ회사경비 등이 포함된다. 사업비가 많다고 보험금이 많아지지는 않는다. 상호금융은 설계사ㆍ대리점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비가 보험사의 5분의1에서 10분의1 수준이다. 그만큼 보험료가 싼 것이다. 보험은 장기로 가입한다. 관리가 필수다. 그러나 한번 가입한 후에는 설계사 얼굴 보기가 힘들다. 또 사고가 나고 보험금을 신청해야 비로소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예외 조건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물장수의 물 값은 ‘샘물 값’에 ‘서비스 값’이 얹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싼 보험료도 ‘보험금 값’에 서비스 대가가 부가된 것이다. 서비스를 받으며 보험에 들 것인지, 샘물을 직접 떠 마시듯 싼 보험을 찾을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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