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베컴·지단·호나우도…영화까지 접수한다고?

● 영화 ‘레알’


세계 축구팬들에게 레알 마드리드는 더 이상 축구팀이 아니다. 뉴욕 양키즈는 야구팀이고 과거 시카고 불스는 분명 농구팀이었다. 무슨 소리냐고? 베컴, 오웬, 지단, 라울, 호나우도…. 한 두명도 아니고 베스트 11 멤버 모두가 세계 올스타인 이 팀. 꼭 수천억원의 몸값을 들여 팀을 구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그 팀의 중심은, 멤버 하나하나의 발 동작과 근육의 움직임 혹은 스타들의 홍보 사진과 거대한 스포츠 마케팅 그 자체다. 이 팀이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고 말고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그런 ‘하찮은’ 우승컵 따위가 없어도 멤버 모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에서 티셔츠와 사진을 팔지 않는가. 그리고 ‘레알’같은 영화도 만든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이 직접 제작에 나선 영화 ‘레알’은 전세계 5개국 팬들의 에피소드를 엮었지만, 실상은 빛나는 스타들의 홍보 영상물이다. 실제 선수들의 환상적인 경기 장면부터 비공개로 이뤄지는 훈련 장면까지 담아낸 영화다. 영화의 얼개인 5개의 에피소드는 이렇다. ‘베카무사마’에 푹 빠진 도쿄의 여고생과 그녀의 남자친구, 대학 축구부에서 활약 중 큰 부상을 당하고 이를 이겨내는 뉴욕의 여대생, 수업엔 관심없이 축구에만 빠진 세네갈의 어린이, 축구 때문에 아픈 가족사를 겪었던 노인과 그의 손자, 죽은 남편과 레알의 경기를 보던 추억을 아파하는 마드리드의 할머니까지. 영화는 실제로 존재하는 전세계 레알 팬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축구가 갖는 힘을 보여주려 애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축구’가 아닌 ‘레알’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를 구성하는 에피소드는 하나하나 독특한 감성과 감동을 안고 있지만, 5개가 모이면서 옴니버스라고 말하기도 어색한 진부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 그렇기에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실제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구단이 직접 만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선수들의 훈련장면과 경기모습을 독특한 애니메이션과 버무려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베컴과 호나우도가 서로 장난치는 장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레알팬’들과 축구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지구의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화려한 플레이에 넋이 나가지만 영화가 한껏 과장시킨 이 팀의 모습은 ‘축구’를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힘든 우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에 팬들에게 자신의 클럽과 국가대표팀은 ‘응원하는 팀’이지만 레알은 ‘감상하는 팀’일 수 밖에 없다. 평생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팬으로 살아온 작가 닉 혼비는 ‘피버 피치’에서 “축구를 보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마드리드 홈팬들, 정말 이 팀과 함께 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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