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경영의 세기'"20세기는 경영의 세기이다."
미국의 경영분야 전문 언론인 스튜어트 크레이너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경영의 세기'(박희라 옮김)에서 경영이 20세기에 미친 영향이 산업화가 19세기에 끼친 영향에 버금간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포천도 "경영은 20세기 인류 문명의 중심축이 돼 왔다"면서 "교육받은 사람을 고용하고, 경제적 발전의 행보와 자질, 행정의 효율성, 국방력의 증강까지 규정하는 주체가 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자연히 지난 한 세기동안 경영의 역사가 궁금해 질 것이다.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인류의 경영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이는 또 어떠한 사회변화를 이끌어 왔길래. 신간 '경영의 세기'는 그런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이 책은 경영이론의 선구자인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에서부터 헨리 포드의 경영 혁신, 그리고 최근 제임스 챔피와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니어링까지 현대 100년간 경영의 역사와 경영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과거 역사에 대한 지적 충족 이외에도, 이 책은 21세기 경영의 지향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가치를 지닌다. 저자는 21세기의 경영이 '확실성에서 혼돈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더 이상 포드처럼 걸출한 인물이 혼자서 조직을 틀어쥐고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크레이너에 따르면 미래에는 모든 조직 성원이 나름의 뛰어난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기업이 가장 강한 기업으로 살아남을수 있다.
저자는 경영은 지난 100년동안 끊임없이 진보해 왔지만, 그와 더불어 불확실한 요소들이 점증하고 있다고 본다.
심지어는 기존 경영질서의 틀을 수정하려는 모든 새로운 개념과 시도들은 그 안에 태생적인 불안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대의 경영인들은 반복과 변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도 머뭇거릴 틈이 없다.
크레이너는 "경영은 변화와 끊임없는 발전을 요구하므로 숨을 곳이 없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라"고 경영인들을 다그친다.
특히 이채로운 것은 이 책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는 자본주의가 승리했지만, 일터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주장했듯이 역사는 이미 끝났는데, 이 무슨 소리인가? 크레이너는 "(개별 노동자의) 지적인 힘은 경쟁적 우위를 안겨주는 또 다른 방법이 되었으며, 이는 마르크스가 말한 생산수단을 지배하려는 노동자들의 목적이 성취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일찍이 피터 드러커가 간파한 대로 새 시대는 지식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의 경영사를 10년 단위로 돌아보고, 마지막 부분에 2001년 이후를 전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00년대는 테일러의 과학적관리가 풍미했던 '스톱워치 과학의 시대', 1910년대는 포드시스템이 절정을 이룬 '모던 타임스 시대', 1920년대는 버나드의 의사결정이론이 힘을 얻었던 '조직 발견의 시대', 1930년대는 엘튼 메이요의 인간관계론이 꽃을 피운 '사람의 발견 시대', 1940년대는 전쟁이 생산성 향상을 이끈 '전쟁의 시대'였다.
또한 1950년대는 미시경영관리가 힘을 얻었던 '마케팅의 시대', 1960년대는 피터 드러커 등의 이론가들이 활약했던 '전략적 경영의 시대', 1970년대는 앨빈 토플러에 의해 시작된 '비교 경영의 시대', 1980대는 일본의 성장에 깜짝 놀랐던 '서구식 경영의 반성 시대', 1990년대는 다시 피터 드러커가 지식의 시대를 주창한 '지식경영의 시대'로 각각 요약하고 있다.
앞으로 도래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경영의 세기'는 21세기 이후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가운데서도 인간의 지적 능력이 큰 흐름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나간 20세기는 '경영의 세기'였다. 그 시대를 이끈 프레더릭 테일러, 헨리 포드, 앨빈 토플러, 잭 웰치, 피터 드러커(왼쪽부터).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