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책 영미권 진출, 출판사 의지가 중요"

■ 런던도서전 폐막… 英 출판계 거두가 보는 미래시장

후사인 '포일즈' 서점 대표

서점 쇼윈도우 돈내면 빌려줘 작가와 함께 적극적 영업 필요

英 서점도 온라인 공세에 고전… 작가 초청 등 마케팅 힘써야


"영국서점들도 아마존이나 슈퍼마켓의 저가 공세에 밀려 힘든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보다, 오프라인 서점만의 매력을 부각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보면 펼쳐보고 싶듯 독자들이 매력을 느끼도록 책 진열에 신경 쓰고, 가족 단위로 즐길 동화 구연행사, 작가 초청행사 등 다양한 지역 마케팅에 힘써야 합니다."

9일 오후 런던도서전 전시장인 얼스코트에서 만난 111년 전통의 영국 대형서점 포일즈(Foyles)의 샘 후사인(66, 사진) 대표는 서점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일즈의 단골들은 서가에서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나는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슈퍼마켓은 그저 책을 배치할 뿐이고, 아마존은 독자들에게 책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어요. 서점과 슈퍼마켓·아마존의 고객층은 다릅니다. 차별화가 중요하죠."

후사인 대표는 오히려 전자책과 기존 종이책 시장을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체 출판시장의 40% 정도까지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종이책 독자를 뺏는 게 아니라 전자책 판매규모가 늘어날 것입니다. 종이책만의 읽는 즐거움이 있고, 아동서는 더욱 그렇지 않나요. 오히려 종이·전자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책의 영국, 나아가 영어권 출판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난 3월30일 런던 워털루지점에서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간혹 서점 자체적으로 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대개 서점 쇼윈도우는 출판사에 돈을 받고 빌려주는 공간이죠. 한국 책이 팔리려면 한국 정부나 출판사, 작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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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북쪽으로 채링크로스 로드를 10여분 올라가면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늘어선 서점가가 나온다. 영국과 미국 등 세계 1,200개 지점을 가진 보더스, 1797년 설립된 런던 최고(最古) 서점 해처스, 디자인·패션 전문서점 R. D. 프랭스, 대표적인 학술서점 블랙웰스, 지도 전문서점 스탠포즈 등 다양하지만, 그래도 영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서점 포일즈(Foyles)를 빼놓을 수 없다.

1903년 설립된 포일즈는 한 때 50km에 달하는 서가로 기네스북 '세계 최대 서점' 기록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해마다 문을 닫는 오프라인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나마 버티는 곳도 수익은 초라하다. 지역 중소규모 서점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후사인 대표는 잉글랜드 남서부 시골마을 배스의 서점을 예로 들었다. "미스터비는 비록 규모가 작지만 지역주민들과의 커뮤니티,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살아남았죠. 다양한 작가 초청행사를 진행하고 서점 방문고객에 공짜 차를 제공하는 등 편안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개성을 살리고 차별화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런던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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