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외교력 키우자

외교는 개별국가의 생존ㆍ발전에 관한 구체적인 국가 간 행위체계로서 평화적인 협상ㆍ설득ㆍ타협 심지어는 무력사용의 위협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외교는 국가이익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대외정책의 일환으로 국가능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따라서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상대 국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확보와 분석을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여 이를 신속히 집행하는 외교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국가 간 상호의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탈냉전의 국제사회에서 전쟁과 무력사용은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외교를 통한 국가이익의 추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교의 폭이 이전에 비해서 넓어졌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국가간에 발생한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좁게 인식할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외교정책을 실현하고 또 국가의 대외적 목표를 실천하는 수단”으로 크게 인식해야 한다. 지난 아프간 피랍사건은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23명 피랍자의 무사 귀국을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국민들은 정보의 혼선과 현지상황에 대한 무지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2명의 희생자로 이번 피랍사건이 마무리되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피랍사태 발생 초기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피랍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정부는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와 외교부 1차관의 아프간 파견으로 대응해 시간을 벌었으나 정교하지 못한 대응으로 후속조치 마련에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대통령을 포함 최고위급 외교채널이 너무 일찍 가동됨으로써 우리 측 전략이 유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의 부족으로 갈팡질팡한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슬람권 특히 아프간에 대한 전문가 부족과 아프간 국내외적 상황에 대한 판단결여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커다란 장해물이 되었다. 정부가 초기 탈레반 측과의 석방교섭을 아프간 카르자이 정부에 사실상 일임한 채 2선으로 물러선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물론 테러단체와는 협상할 수 없다는 원칙과 범죄행위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는 ‘주권국’ 아프간정부의 해결노력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지만 2명의 인질이 희생된 후 아프간 내 상황을 이해했다는 점은 우리 외교전략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21명을 생환시킨 성과는 컸지만 대면협상에 대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일개 테러집단으로 치부되었던 탈레반은 이번 피랍사건을 계기로 국내ㆍ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테러리스트와의 협상불가 원칙’을 어긴 한국은 국제사회의 냉정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협상타결 이후 캐나다ㆍ독일ㆍ아프간 등은 직ㆍ간접적으로 한국외교의 행태를 비난하고 미국 역시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정부는 우리 외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귀중한 경험을 하였다. 세계화 시대 국제사회는 마치 하나의 공동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정보화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 외교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변화에 걸맞게 과학화되어야 한다. 정보수집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정보 분석의 정밀도를 높여 외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외교현장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여야 한다. 또한 관련 부서 간의 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 외교채널의 체계화를 도모해야 한다. 외교는 곧 국력이다. 외교를 통해 국가들은 국가능력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민족과 국가만이 냉엄한 국제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안이한 외교적 자세는 금물이다. 이제 현지 전문가의 양성과 다각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외교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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