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일본] 통신시장 춘추전국시대

일본의 통신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소니나 미쓰비시 등이 통신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외국의 신흥통신회사들도 잇따라 일본시장에 상륙하는 등 지난 85년 통신자유화를 계기로 제1차 신규진입 붐을 경험한 바 있는 일본 통신시장에 제2차 진입붐이 일고 있다. 1차 붐은 거대 독점기업인 일본전신전화(NTT)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당시 일반기업, 전력회사, 자동차회사 등이 우정성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번 2차 붐의 주역은 소니, 미쓰비시 머티리얼 등과 외국계열 기업들이 중심이며 과거와 같이 우정성의 계획하에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특히 2차 붐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데이터 통신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1차 붐은 주로 전화시장이 타켓이었지만 이번에는 데이터 통신시장이 주요 각축장이 되고 있다. 통신산업은 거액의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진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간단한 설비로 테이터 통신이 가능한 라우터 기술과 다중분할 접속기술, 무선통신기술 등의 발달로 신규진입 비용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급성장한 MCI 월드컴이나 퀘스트 등 신흥 통신회사도 다중분할 접속 기술과 라우터 기술 등을 이용해 고속대용량 회선을 급속히 부설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대용량 통신기술의 혁신이라는 수요·공급 요인이 합쳐지면서 2차 붐을 떠받치고 있다. 특히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통신산업과 관계가 없던 기업들의 진출까지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투신사인 피델리티 그룹의 피델리티 메니지먼트 앤드 리서치사는 금융, 재무 데이터를 취급할 때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중남미 등에 통신회사를 설립했고 일본에도 자회사인 KVH 텔레콤을 설립, 광섬유를 사용한 시내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마루베니(丸紅)와 합작으로 시내, 시외, 국제회선을 설치하고 통신회사를 대상으로 도매업을 시작한 미국 신흥 통신회사 글로벌 크로싱도 원래는 통신사업과 무관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설립한 회사다. 소니와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노리고 있는 것은 NTT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내통신 시장이다. 소니는 내년 7월부터 무선가입자망(WLL)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존의 유선망 대신 무선을 이용해 주로 재택 근무를 하는 소호(SOHO)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소니는 도요타 자동차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인 인터넷 이니시어티브(IIJ)와 공동 출자해 시외 통신회사인 크로스웨이브 코뮤니케이션즈를 설립, 4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향후 무선서비스와 크로스웨이브 코뮤니케이션즈의 시외회선을 합치면 NTT 회선 의존도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미쓰비시 머티리얼도 무선기술을 이용해 미국에서 기업용 인터넷 접속 서비스 시장에 진입했고 조만간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진입 규제완화와 기술혁신 등으로 「누구나 통신회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공익성이 강한 통신산업에도 경쟁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셈이다. /이형주 기자 LHJ30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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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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