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채권 단기물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다만 장기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우호적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오후 4시 현재 장외 채권시장에서 224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중 만기가 긴 국고채는 72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만기가 2년 미만으로 짧은 통화안정채권은 50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장,단기물에 대한 태도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중ㆍ장기채인 국고채 보다 단기채인 통화안정채를 더 사들였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통안채를 팔아치우고 장기채로 매수세를 집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이 있기 전 4일 동안 외국인들은 국고채와 통안채를 각각 2,237억원과 2,417억원을 순매수했다. 만기가 긴 국고채 보다 만기 2년 미만의 통안채를 더 많이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연평도 도발이 발생한 직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실제로 외국인은 24일에는 통안채의 매수 규모를 912억원으로 줄이더니 25일에는 드디어 1,906억원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동안 국공채를 각각 3,841억원, 729억원 순매수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외국인들이 단기물에 대해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딜러는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이 통안채 등 단기물에 대한 매물을 늘리고 있다”며 “정세가 불안정하면서 차익거래 매물을 많이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도 외국인들의 단기물 매도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127원에서 이날은 1,159.50원까지 급등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단기물 채권 투자가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재정거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원화 약세는 결코 투자에 유리한 요인이 아닌 셈이다. 다만 중ㆍ장기물에 대해서는 꾸준히 매수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고채 3년 이상의 장기물은 대체로 절대 수익률을 감안해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채권 수익률인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경제의 펀더멘털도 양호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여전히 중ㆍ장기물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단기물에 대한 투자 확대는 역시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는 원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채권의 투자 메리트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절대금리 수준을 볼 때 외국인의 채권매수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