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능력은 여전히 확실합니다. 하반기 성장 기대감이 높은 종목을 분별해 투자하면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윌리엄 퐁(사진) 베어링운용 아시아 주식담당투자 이사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경제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 중국의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베어링운용은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경계했다. 퐁 이사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최근 20% 가까이 하락하며 방향성을 상실하자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면서도 "최근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는데다 중국의 정책 모멘텀(투자 기회 요인)도 뚜렷하기 때문에 유망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면 여전히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퐁 이사는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구매자관리지수(PMI)를 꼽았다. 이달 1일 발표된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0을 기록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퐁 이사는 "PMI는 중국의 거시경제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라며 "2011년부터 큰 변동성 없이 50선 근처에서 머물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경제가 튼튼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PMI란 미국의 구매관리자협회가 매달 300명의 회원에 제조업 동향에 대한 설문을 하고 그 결과를 지수화한 지표로 50 이상이면 제조업의 확장을, 이하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퐁 이사는 "중국의 경착륙 우려는 기우"라며 "PMI가 하반기에 성장세를 이어가며 중국 경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어링운용이 중국 PMI의 추가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미니 부양책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리커창 총리는 올해 4월 철도건설 프로젝트 가속화와 지급준비율 인하, 중소기업 세금감면 연장,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등 미니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퐁 이사는 "리 총리 부양책의 핵심은 소규모이지만 집중적인 부양 대상 설정"이라며 "이러한 정책들이 분명 경기 부양 효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림자금융(관리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지 않는 비은행금융회사의 거래) 문제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어링운용은 중국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퐁 이사는 "그림자금융의 부정적 이슈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중국의 구조조정이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영기업이 개혁하는 과정에서 금융 문제도 해결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연말에 시행될 예정인 '후강퉁' 제도도 중국 증시의 기대요인이다. 후강퉁제도는 상하이와 홍콩 증시를 연계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업계는 이를 통해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퐁 이사는 "후강퉁이 시행되면 양질의 종목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홍콩의 기관투자자들이 상하이 증시에서 활발히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베어링운용은 중국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퐁 이사는 "신도시가 추가로 형성되면서 농촌의 인구가 유입되고 인프라·교육 등의 기반시설이 갖춰질 것"이라며 "한국이 도시화를 통해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소비가 진작됐듯이 중국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퐁 이사는 중국의 유망한 투자 종목으로 소비재·산업재·정보기술(IT) 등을 꼽았다. 특히 레노버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퐁 이사는 "지난 2005년 레노버가 미국의 IBM을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며 "레노버는 중국의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퐁 이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IT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 리 총리가 취임한 이래 수없이 외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무역 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경제의 중심이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하면 한국 IT 기업들은 이번 FTA를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