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27일] <1226> 97 검은 월요일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었다. 1997년 10월27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는 554.26포인트나 빠진 7,161.85포인트로 내려앉았다. 하락률 7.18%. 하락하는 속도가 빨라진 오후장에서는 두 차례나 휴장 조치를 내렸어도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졌다. 뉴욕증시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홍콩발 위기.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에도 굳건히 버텨온 홍콩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은행 간 초단기차입금리를 인상하자 홍콩주가가 급락하고 유럽시장을 거쳐 미국에 전이된 것이다. 뉴욕주가 급락은 다시 전세계 증시를 떨어뜨렸다. 악재가 맞물리며 전세계 증시가 동시에 급락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한국도 당시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깨졌다. 미국을 구한 것은 재정과 개미. 클린턴 행정부의 증세와 재정지출 축소로 재정적자를 10분의1로 줄여 언제라도 거금을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재정이 튼튼했고 이를 믿은 개미들이 대거 사자에 나서 폭락세는 불과 이틀 만에 멈췄다. 때문에 급락세를 10년 전(1987년 10월16일)의 블랙 먼데이와 비교해 ‘제2의 블랙 먼데이’라고 지칭하던 월가는 ‘미니 하락장(Mini Crash)’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그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은행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대출회수에 나서 한국의 대출금 만기연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10월은 잔인하다. 1929년 주가 대폭락과 1987년ㆍ1997년의 두 번에 걸친 ‘검은 월요일’이 모두 10월에 발생했다. 올해는 더 혹독하다. 사상 최대의 급등과 폭락이 반복돼도 안개는 여전하니까. 또다시 찾아온 10월의 마지막 주다. 하락이 11년 전처럼 짧게 끝났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