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자위 위원장의 '예정된 출국'

“위원장님이 해외 출장을 가셔야 하는데 회의가 길어지면 어쩌죠.” 지난 9일 예금보험공사 15층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 관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본회의장. 당초 3시 시작될 예정이던 비공개 회의가 30여분간 늦어지면서 한 실무자가 볼멘소리를 했다. 박영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이날 저녁7시30분 비행기로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는데 결론을 못 내릴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올 기업 인수합병(M&A)의 최대 매물로 꼽혀온 대우건설은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갖가지 특혜설과 비방이 난무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매각 주식 규모에서부터 출자총액제한 완화, 각종 경영 능력 평가 요소에 이르기까지 후보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툭하면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해왔다. 본입찰 하루 전까지도 대우건설 노조는 입찰 제안서 마감 시간과 공자위 우선협상자 선정 기준 시간이 다른 점을 두고 ‘대우건설 게이트’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때문에 이날 우선협상자 선정 기준을 정하는 회의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다. 공자위는 외환위기 극복과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된 공적자금을 보다 공정하게 운영해달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만들어진 곳이다. 대한생명ㆍ서울은행ㆍ조흥은행 등 굵직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방안을 최종 결정했지만 매각 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이날 본회의는 2시간도 안돼 끝이 났다. 공자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내용에 대해 위원들의 질의가 있기는 했지만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워낙 안을 잘 만들어와 무사히 끝났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해외 출장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출장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항상 되풀이되는 비방을 최소화하고 매각 후 말썽을 남기지 않으려면 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분들과 기관의 각오와 준비가 더 남달라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적자금위원장은 대우건설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하는 하루 전날에 귀국할 예정이다. 캠코가 만들고 있는 훌륭한(?) 안(案)대로 우선협상 대상자도 결정될 것 같다. 출국 전 박 위원장은 “알아서 잘 준비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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