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는 애써 외면한 채 호재만을 갈망하는 상황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조짐, 부동산 투기 진정, 카드채 위기 및 SK글로벌사태의 해결 국면진입으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면을 반전시킬 이렇다 할 재료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주에는 대일 저자세 외교를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과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상임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당권 경쟁 과정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야당 당권후보들은 대여ㆍ대정부 공격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병원과 건강보험공단 직장조합도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5년만에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루탄이 우리 사회 갈등구조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싶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와 경기 호전 기대로 상대적으로 순항했던 주식시장도 고비를 맞는다. 지수선물과 옵션, 개별주식옵션의 만기일이 한꺼번에 도래하는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유입이 수반되지 않는 한 고전이 예상된다. 부동산 투기억제에서 시작해 추경예산 편성, 서민ㆍ중산층생활안정대책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경기 대책의 후속책의 등장 여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정부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는 서비스업과 소비, 재정집행, 실질국민소득 통계 등이 관심을 끈다. 재정경제부가 9일 4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을 발표한다.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둔화했던 3월의 부진 양상이 계속 이어질 지가 관심사다. 같은 날 산업자원부는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 동향을 발표한다. 국내 소비가 과연 조금씩 되살아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기획예산처는 10일 정부 각부처가 요구한 내년도(2004년) 예산안을 합산 발표한다. 통상 실제 배정액보다 부풀려 요구하는 게 관행이지만 행간에서 내년 살림살이와 우선순위의 윤곽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던 고용이 어떤 방향을 타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할 5월중 고용동향중에서도 청년 실업부문이 관심의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한국전력과 도로공사의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지정 제외 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내놓을 1ㆍ4분기중 국민소득에서는 전망에 불과했던 실질소득 감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