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집값 급등을 잡겠다고 내놓은 10ㆍ29 조치 이후 주택거래가 끊기고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갑신년 새해 아침이 밝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규제 조치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투기수요가 끼어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는 그간 투기근절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돼오던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규제강화 조치가 단순히 시장을 위축시키는 정도에서 벗어나 시장의 자율적인 통제기능을 억제하고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왜곡으로 인한 부작용이 규제의 약효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음을 익히 봐온 터다.
집값이 급등하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않다. 주택가격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더 부추긴 결과를 가져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10ㆍ29 조치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거의 3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손상을 입은 셈이다.
주택문제를 푸는 키워드는 결국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다. 10ㆍ29를 불러온 강남의 집값 급등도 공급부족에 근본원인이 있다. 그러나 규제 강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시장의 위축에 따른 공급부족일 뿐이다. 정부에서 신도시 개발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도 공급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사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우화가 있다. 이 고사는 같은 내용을 가지고 사람을 농락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세태를 꼬집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정부의 정책이 조삼모사처럼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정책이 돼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수요자들도 그렇고 주택건설업체들도 마음 놓고 집을 지을 수 없다. 공급이 부족하면 주택시장의 불안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규제책을 쓰더라도 공급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
갑신년 새해에는 주택건설업체들이 마음 놓고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고, 투기를 줄이면서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주택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문경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