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퇴직공무원들이 재직 중에 쌓인 항공 마일리지를 반납하지 않고 있다는 국정감사 지적에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일리지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14일 이내 등록을 의무화하고 실·국별로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에 마일리지 활용 여부를 인사 및 업무 평가점수에 반영하는 묘수까지 짜내 집중관리에 나섰다.
1일 기획재정부가 올 들어 3·4분기까지 공무로 해외출장을 나간 직원의 항공 마일리지를 자체 점검한 결과 전체 출장 631건 가운데 388건이 미등록 상태로 등록률이 38.5%에 불과했다. 특히 호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포함된 3·4분기는 160건의 출장 가운데 무려 126건이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등록률은 78.7%에 달한다.
마일리지 사용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1·4~3·4분기 누적 사용률은 3.0%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석을 비즈니스석으로 갈아타는 좌석 승급이 18건, 보너스 항공권 확보 1건 등이었다. 특히 해외출장의 경우 귀국 후 14일 이내에 전자인사관리 시스템(e-사람)에 마일리지를 적립하도록 한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제대도 지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퇴직자들이 반납하지 않은 항공 마일리지도 논란거리다. 안행부에 따르면 퇴직공무원들의 항공 마일리지는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이 아예 없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공무상 쌓인 항공 마일리지를 그대로 갖고 퇴직한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실이 국정감사 당시 밝힌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와 국세청 등 산하 4개 청에서 지난 3년간 퇴직한 공무원 2,260명이 반납하지 않은 항공 마일리지는 무려 515만2,919마일에 달한다. 이를 1,000원당 1마일리지 적립 기준으로 환산하면 51억5,219만원어치다.
항공 마일리지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기재부는 공무상 쌓인 항공 마일리지 활용을 정부 업무평가 계획상 실적으로 반영해 관리에 나섰다. 예를 들어 지난해 활용실적 대비 올해 실적이 8% 이상 증가하면 2점을 주고 2% 미만일 경우 0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마일리지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좌석 승급을 적극 활용하고 공적 항공 마일리지 10만마일 이상 보유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을 개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무상 쌓이는 마일리지는 별도로 관리해 각 부처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항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공무로 사용되는 항공 마일리지도 국민의 혈세를 통해 나온 것"이라며 "퇴직할 때 잔여 마일리지만큼 퇴직금에서 공제하거나 환수할 수 있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