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오롱 그룹/“언제나 1등” 무한도전 기치(재벌)

◎대강대강·무사안일의식 철저히 배제/신입사원 선발 “인재아닌 인재구하기”「비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싸워라.」 코오롱은 지금 전쟁중이다. 이겨야 한다는 목표 아래. 이기는 방법은 그룹의 경영모토처럼 변화와 도전이든지, 경영비전인 One & Only(일등주의)·「일등상품 개발」이든지 상관없다. 이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코오롱이 전개하는 변화의 본질을 알려면 「이기는 것」, 즉 승리가 무엇인가를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익창출이라는 기업의 사명에 보다 투철해야 합니다. 이윤추구는 결코 악이 아닙니다. 공정한 기업활동을 통한 지속적인 수익확대는 기업의 존재 목적이자 일차적인 책임입니다. 이익이 있어야 사원, 고객, 주주, 그리고 사회에 대한 코오롱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음을 명심합시다.』(1월29일 이웅렬 회장 취임사) 코오롱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은 곧 이윤의 극대화다. 물론 환경, 무역,노사관계 등 기업경영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과 관계에서 정당성을 인정받는 방법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사실 코오롱은 과거 비기기 위한 전략을 추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섬업계의 일반적인 속성처럼 코오롱도 물건만 만들어 사고싶은 수요자가 트럭을 몰고 찾아와서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수요초과의 환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화섬경기는 하느님도 맞추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시황이 급변했다. 그러다 보니 화섬업체들의 대부분은 수요자 욕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는 둔감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고 적당히 수익만 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시기의 코오롱그룹은 「인정과 의리」를 기업문화로 갖고 있었다. 의리를 중시한 예는 코오롱의 외국합작사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는 차원에서 일본과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껏 한번도 코오롱과 일본기업간에 경영권다툼이 벌어진 예가 없다. 일본에 대해 해박한 이동찬 명예회장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합작사들은 코오롱이 믿을 수 있는 한국의 몇몇 기업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인정을 중시하는 예도 많다. 과거 코오롱은 감원을 몰랐다. 웬만한 실수는 눈감아주기도 하며 정년까지 보장하는 기업이었다. 이명예회장은 회장시절 개인적으로 기금을 조성, 퇴직임원들을 위한 「송죽회」를 통해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급여에 해당하는 생활비를 지급하기도 했고 자녀학자금이나 경조사비도 지원했다. 국내기업중 최초로 장기근속사원을 대상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보낸다든지, 「사원부인 교육제도」 등을 실시한 것은 모두 인정과 의리, 그리고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기업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분명 이 기업문화에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그룹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정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변화에 둔감하고 특히 보드리스(국경없는) 경쟁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도전적이고 강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코오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새회장 체제는 이같은 기업문화에 대한 변증법적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이회장이 『40여년의 공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되 (단절이 아닌) 전회장과는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이겠다』(이회장 취임사)고 선언하고 나선 것. 그동안 코오롱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던 인정과 의리, 페어플레이정신 등을 버리지는 않되 앞으로는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을 펼쳐 나약한 이미지를 떨져버리겠다는 의지를 승계하는 표현으로 함축했다. 이같은 의미에서 승리를 위한 싸움을 「One & Only」(하나뿐인 최고), 「Change & Challenge」 등 신경영방침을 통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One & Only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나, 독특하고 차별화된 우리, 고객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그룹」이 된다는 것이다. 비기거나 2, 3등으로 시장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1등으로 완승하겠다는 것이다. 적당주의와 안일의식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이같은 신경영방침은 코오롱의 얌전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당당하고 적극적이며 철저한 모습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만드는 골프채가 세계 제일이 되지 못한다면 비거리만큼은 세계 제일이 되도록 만들어서 장타를 원하는 사람만은 우리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바로 One & Only를 실천하는 길이다』는 이회장의 말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특히 이같은 신경영이념이 스태프나 기획실이 아닌 이회장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어느 요소보다 신기업분화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업문화(One & Only)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계열사마다 One & Only 상품을 선정, 세계 최고제품으로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불필요한 경영회의를 단순화시킨 그룹경영회의체를 발족시켰다. 또 사외이사제도입의 전단계로 타사이사제를 도입, 투명경영과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모색하고 있다.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한 방법도 다르다. 인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독특한 인재관에 따라 소모품적인 인재보다는 장래 기업의 동량이 될 기본적 자질과 덕목을 갖춘 인재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오롱은 이 변화를 단기승부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회장은 직원들에게 『1등이 우리에게 성취감이나 쾌감을 주기 때문에 1등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1등이 됐을 때 수성의 자세를 터득,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해 나가자는 것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1등을 하기 위한 노력, 1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가치있으며 장기적인 승부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뜻한다. 최근 코오롱은 3개월에 걸쳐 그룹 구성원의 가치를 분석한 바 있다. 4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은 그룹의 문화가 안정, 위계질서, 공존, 사회적 윤리, 조화 협조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성원이 지향하는 가치로는 경쟁력, 혁신, 으뜸, 완벽, 치밀, 신속한 기회포착 등이 꼽혔다. 회장 취임 후 불과 반년만에 공격적 기업문화가 생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문주용> □코오롱의 상징 ◎그룹경영회의체/「One & Only」·그룹경영전략회의/경영자문위 등 3대회의 통합정비/시기·안건따라 분리로 책임경영 지난 9월6일 이른 아침 코오롱그룹 17층 대회의실. 「One & Only전략회의」가 긴급소집됐다. 이 자리에는 이웅렬회장을 비롯 석학진, 나공묵, 오준희 부회장, 주력사사장단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정부의 경제위기대처 방안에 맞춰 기업으로서도 내부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이회장의 지시에 따라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이날 사장단연봉제·임원임금동결·인건비 동결 및 무역역조개선·중소기업형 사업이전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발표함으로써 재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코오롱의 발빠른 행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회장이 취임한 후 그룹은 여러 경영회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One & Only전략회의와 그룹경영전략회의, 경영자문위원회 등을 통틀어 그룹경영회의체로 정비했다. 이 세가지 회의가 시기와 안건에 따라 철저히 분리됨으로써 실질적인 토론의 자리가 되고 회의가 보완적인 성격을 갖도록 강화했다. 또 회의참석범위를 달리함으로써 계열사 사장들에게 책임경영을 보장하고 있다. 경영전략회의는 매주 화요일 회장실에서 회장 주재로 3명의 부회장, 기조실장, (주)코오롱·상사·건설 등 주력3사 사장이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그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다. 이 회의는 사안에 따라 실무자를 참석시킨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그룹의 경영현안과 주력회사의 경영현황 토의에서 임원, 심지어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구함으로써 현실적인 토의와 의사결정을 이끌어낸다. 경영자문위원회는 이회장이 경험 많은 경영진의 자문을 구하는 자리로 수시로 개최되는 회의다. 3명의 부회장과 고문단이 참석하는 이 자리는 그룹의 투자안건에 대한 심의 및 의견조정 등이 주내용이다. ◎호프브레이크 미팅/경영진·사원 맥주집서 사내문제 토론 “화제”/직원이 사장면담 시기결정 「월 브레이크」도 「경영자는 사원에게 친구처럼, 형처럼 다가가야 한다.」 한달에 두세번꼴로 코오롱그룹 사옥 인근 무교동 맥주집에는 이색적인 자리가 마련된다. (주)코오롱의 구광시 사장이나 사업본부장들이 참석,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이른바 「호프 브레이크 미팅」. (주)코오롱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정례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경영자와 사원간의 술자리는 지난 94년 이웅렬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회장은 저녁 약속이 없을 때는 비서에게 회식계획이 있는 부서를 알아보라고 지시, 철저한 입막음 뒤에 불쑥 모임에 낀다. 처음에는 예고없이 나타난 이회장을 보고 놀란 직원들이 자리를 뜨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익숙해져 신입사원들과 총수가 서로 술을 권하는 격의없는 자리가 되곤 한다. 이회장은 『이런 자리를 통해 직원들과 친근해지고 회사문제도 토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면서도 회장 취임 후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참석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한다. 이회장의 깜짝 술자리 참석에 이어 몇몇 사업본부가 아예 이러한 자리를 정례화시켜 본부장이 호스트가 되는 자리로 발전시킨 후 차츰 전사적으로 확산됐다. 또 코오롱상사의 「월 브레이크 미팅」은 특히 직원들이 희망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사장을 만날 수 있도록 미팅시간을 직원들이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원자가 워낙 많아 아침식사, 점심식사, 저녁 술자리로 세분화시킬 계획. 또 소모임으로 제한하지 않고 해당부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타부서 직원도 마음대로 참여하도록 해 업무간 이해도를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천공장의 경우 공장장과 사원이 매주 수·금 점심식사시간에 만나는 오픈미팅, 각 계열사 부산지역 출장소 직원들이 만나는 용두회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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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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