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일] 개성의 절망

지난 3월 개성공업지구 내 섬유공단. 투자를 위한 사전조사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의류협회 대표단은 진지한 표정으로 북한 작업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견학했다. 대표단은 과거 1970~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옷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 그러나 갈수록 올라가는 미국 내 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대표단은 북한 인력들이 특근비와 사회보장성 비용을 다 합해 월평균 70달러의 임금을 받고 질높은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북측 인력들은 무엇보다도 말이 잘 통한다. 거기에 한국인 특유의 책임감과 손재주를 지녔다. ‘노동의 질’ 면에서는 미국 내 이민자 근로자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자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한인 사업가들이 개성공단 투자를 망설인 이유는 정치적인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인데 남북관계에 따라 사업활동이 제한될 지도 모른다는 점을 걱정했다. 이들의 걱정은 불과 9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급기야 개성공단 입주 남측 기업의 상주인원 일부까지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남측 인원 일부가 철수하게 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생산 및 물류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의류업체인 신원의 한 관계자는 “과연 어느 선까지 철수해야 하는지를 협의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3~4번씩 개성에 들어가는 검사원 등까지 철수 대상에 포함될 경우 생산과 물류가 올스톱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국 섬유업계가 개성에 미래를 걸고 활발히 움직이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중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중남미까지 나갔던 섬유업체들이 모두 개성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연어현상’을 얘기하며 희망에 차있었다. 가장 큰 고민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개별 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협을 비롯한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양측 정부 차원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한다. 현 정부는 ‘실용’을 중시한다고 스스로 강조하는 정권이다. 남북관계의 전체적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할 측면이 많지만 개성공단이야말로 실용을 최우선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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